이대범(발렌티노·서울 구의동본당)씨는 1994년 부친의 선종을 계기로 영세한 후, 1997년경부터 마음에 닿는 성경 구절 한 줄, 미사 강론 내용을 옮겨쓰기 시작했다. 원래 쓰는 것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신앙적으로 도움이 되는 내용을 기록해서 더 잘 기억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교계 잡지, 주보, 신앙 서적, 가톨릭 교리 사전 등에서 발췌한 것을 하나하나 국판 교과서 크기 노트에 쓰다 보니 정리하는 것도 체계가 잡히고 권수도 늘어났다. 그래서 아예 표지 제목을 ‘하느님은 나의 사랑’으로 붙였다. 26년의 세월 동안 8권이 만들어졌고, 최근 9번째 노트를 시작했다.
80대 초반의 그에게 이 노트들은 나름의 ‘백과사전이자 보물’이다. 노트를 펼치니 펜글씨체로 쓴 교리와 묵상 글들이 여백이 없을 만큼 빼곡하게 정리돼 있다. 각 권 분량은 160쪽 정도인데, 중요한 부분에는 밑줄이 쳐져 있고 관련 사진이나 자료들도 첨부돼 있다. 그간 읽은 180권의 신앙 서적과 교계 매체에서 얻은 이씨만의 신앙 사전인 셈이다. 각 노트 첫 장에는 기록한 것을 잘 찾을 수 있도록 색인표까지 붙여놨다.
“밑줄 친 부분만 살펴봐도 중요한 교리나 교회 상식들을 다시 익히는 효과가 있지요. 노트에 기록하는 작업은 제 신앙 지식을 넓혀줬고 누구를 만나든 하느님과 교회에 관한 것을 자신 있게 전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 보람이 큽니다.”
몇 주 전, 본당 주임신부로부터 노트 표지에 격려글과 사인을 받은 이씨는 “그간의 노력에 대해 응원과 축복을 받는 것 같아 감사하고 기뻤다”고 말했다.
“믿음은 들음에서 오고 들음은 그리스도의 믿음으로 이루어집니다”(로마 10,17)라는 구절을 예로 든 이씨는 “쓰고 들음으로써 믿음이 더욱 자라날 수 있다”며 “하느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마음과 믿음이 강해지려면 내면의 신앙 지식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 매일 쓰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 쓰지 않으면 허전하다”는 그는 “신앙인들이 함께 알았으면 하는 부분을 찾아 쁘레시디움 단원들에게 알려주고 나눌 때 더욱 뿌듯하다”고 했다. “궁금하고 모르던 것을 많이 알게 돼 마음의 부자가 된 느낌입니다. 기록한 노트들은 신앙의 길잡이가 되었습니다.”
신자들에게도 ‘새겨야 할 신앙 글을 적극 써보라’고 권했다. “일단 쓰기 시작하면 계속 쓰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라며 “꾸준히 하다 보면 신앙이 더욱 굳건해지고 점차 하느님과 가까워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