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이주노동자 진료를 위해 궤짝 두 개로 시작한 라파엘클리닉은 ‘씨앗’처럼 작은 존재였다. 이후 수많은 봉사자가 찾아오는 폭풍 성장을 통해 몇 년이 채 지나지 않아 17개 진료과와 5개 진료지원과를 갖췄다. 그리고 10년 후인 2007년에는 라파엘 인터내셔널을 설립해 해외 저개발국 의료 복지에 눈을 돌렸다. 라파엘나눔은 2015년 이 두 사업의 지속 가능한 의료나눔을 위해 세워졌다. 이 3개의 이름은 이제 ‘원 라파엘’로 상호 협조하며 의료 소외계층을 향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4월 취임한 라파엘나눔재단 안규리(소화 데레사) 이사장은 ‘라파엘’의 산파가 되었던 처음부터 27년째 자리를 함께하고 있다. “지난 세월 동안 함께한 후배와 동료들이 많이 늘어나 이제 다양한 형태의 의료나눔 기반이 확대된 상황”이라는 안 이사장은 “다양해진 대상과 분야 간의 시너지를 이룰 수 있도록, ‘원 라파엘’이 힘을 합해 도움이 필요한 이웃과 마음을 같이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30년 가까운 시간 속에서 라파엘이 이룩한 성과에 대해 안 이사장은 “국내외 여러 곳에 의료나눔의 정거장이 생겨나도록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의료 지원이 필요한 곳을 찾아 헤매다보니 자연스럽게 이뤄진 일이었다. 국내에서는 이주노동자, 다문화 가족과 홈리스 의료를, 몽골·미얀마·필리핀·방글라데시·부르키나파소에서는 의료인 역량 향상을 위해 힘을 기울였다. 벌써 2년째 지속되고 있는 홈리스 클리닉은 코로나19가 계기였다. 이처럼 라파엘의 발걸음은 시대가 요청하는 곳으로 움직여왔다.
“이제는 지원 가능한 모든 진료 과목을 갖추고 있고, 라파엘 아카데미를 통해 의료 봉사자 양성도 할 수 있게 됐다”고 밝힌 안 이사장은 “누구라도 의료 나눔을 실천하고 싶을 때 ‘라파엘’이라는 버스를 타고 첫 여정을 나아갈 수 있도록 지원할 기능이 확보된 셈”이라고 덧붙였다.
“라파엘이 누구나 참여해야 하고 참여할 수 있는 나눔 사회를 열어가는 데 작은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기대를 밝힌 안 이사장은 “우리나라에 기부와 나눔에 대한 인식이 커져서 나누는 문화에 동참하는 분들이 많이 생겨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