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 WYD 3일차, 프란치스코 교황과 순례자들 첫 만남
8월 3일, 제37차 2023 리스본 WYD (World Youth Day, 세계청년대회, 이하 리스본 WYD) 3일차 하이라이트는 오후 5시 45분(현지 시간) ‘만남의 언덕’(에두아르두 7세 공원)에서 진행된 프란치스코 교황 환영행사였다.
2일 오전 리스본에 도착한 교황은 벨렝궁에서 진행된 환영식에 참석한 후, 오후에는 포르투갈 주교단을 비롯한 교회 관계자들과 만났다.
주교단과의 만남에서 교황은 “교회가 걸어가야 할 길은 분명 쉽고 편한 길이 아니지만, 교회는 편을 가르거나 나누지 않으며 인류의 모든 구성원이 함께 참여하고 관계를 맺는 시노드 여정을 걸어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교황은 리스본 WYD 기간 중 머무르는 주 포르투갈 교황청 대사관으로 이동해 교회 내 성학대 피해자 13명과 비공개 만남을 가졌다. 1시간 넘게 이어진 이 만남에서 교황이 피해자들의 말을 진지하게 경청했다고 교황청 공보실이 전했다.
교황은 3일 첫 일정으로 오전 9시(현지 시간)에 포르투갈 가톨릭 대학교(Universidade Católica Portugesa)에서 학생과 관계자들을 만나 “주저하는 행정가가 아니라 꿈을 이루고자 행동하는 이들이 되길 바란다”고 격려하며 “이웃을 향한 봉사, 통합 생태, 새로운 정치·경제 형태”에 관심을 두길 당부했다.
건강한 모습 드러낸 프란치스코 교황
△ 프란치스코 교황이 순례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WYD LISBON 2023 제공)
오후 5시경, 교황의 전용차량이 마르케스 드 폼발 광장(Praça Marquês de Pombal)에 들어서자 순례자(참가자)들이 환호하며 교황을 반겼다. 전 세계의 깃발이 휘날리고 박수와 환호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교황을 만난 순례자들의 표정은 뜨거운 햇볕 아래서도 기쁨으로 가득 찼다.
환영행사는 22개국의 예술가들로 이루어진 앙상블23(Ensemble23)의 공연과 함께 진행됐다. 젊은이들이 교황에게 편지를 보내는 퍼포먼스로 시작되어, 기수들에 의해 이번 리스본 WYD 참가국의 국기 깃발이 등장했다. 이어 WYD의 상징인 십자가와 성화가 무대 위로 올라갔다.
교황은 순례자들을 향해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각자의 이름’으로 부르신다”고 말하며 “이는 여러분이 ‘숫자’가 아닌 하나하나의 ‘얼굴’임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용기를 주시기 위해 매일 우리를 부르신다”고 말하면서, “리스본 WYD 기간 동안 우리는 이 사실을 깨닫도록 서로 도와야 한다”고 당부했다.
△ 앙상블23(Ensemble23) 단원들이 참가국 깃발 사이로 십자가와 성화를 옮기고 있다. (WYD LISBON 2023 제공)
“하느님께 여러분의 비밀, 기쁨과 걱정, 세계의 문제들을 질문하고 맡기십시오”라고 말한 교황은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자판기처럼 답을 내주시지는 않으신다. 그분은 검색 엔진이 아닌 진정한 친구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WYD 기간 동안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며, 서로를 향한 사랑과 상대방의 소중함을 상기시키자. 그리고 주님께 질문하며 대화하도록 노력하자. 사랑과 일치 안에 머무르면 우리의 기쁨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당부했다.
△ 순례자들에게 인사하는 교황 (WYD LISBON 2023 제공)
의정부교구에서 참가한 순례자 김승연(23·세례명 크리스티나)씨는 “계속되는 여정에 힘들고 지친 상태였는데, 교황님께서 지나가시는 것을 보는 순간 다시 힘이 났다. 모든 순간이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서울대교구에서 온 홍치영(24·세례명 루치오)씨는 “이렇게 많은 청소년·청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하고 놀랍다. 한국에서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체험이다. 교황님을 실제로 뵙게 되어 마치 꿈만 같다”라고 말했다.
교황은 오는 6일까지 다양한 일정을 통해 리스본 WYD에 참가한 젊은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이후 마지막 날인 6일 오전 9시, ‘은총의 광장’(리스본 테주 공원)에서 파견미사를 끝으로 리스본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한다. 파견미사의 말미에는 차기 WYD 개최지가 발표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번 해외 사도순방은 지난 6월 탈장 수술 이후 처음으로 수행한 해외 일정이기에 많은 이들이 교황의 건강을 염려하는 가운데 진행됐으나, 교황은 젊은이의 열기보다 더 높은 열정으로 화답해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2일차 교리교육 주제는 ‘사회적 우애’
△ 교리교육을 진행 중인 한정현 주교
한편 이날(8월3일) 오전에는 묵주기도의 파티마 성모성당(Our Lady of the Rosary of Fatima)에서 두 번째 한국어 교리교육이 진행됐다.
교육에 나선 대전교구 한정현 총대리주교는 “우리가 ‘사회적 우애’라고 하면 추상적인 이야기로 들리지만, 이는 바로 내 옆에서 이뤄지는 일”이라고 말하면서, “우리는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인 만큼, 늘 어떤 형태로든 누군가와 사회적 우애를 맺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타인의 선한 지향이 내 마음속에서 왜곡되지 않도록, 그리고 나 역시 선한 지향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며 가장 가까운 이웃과 관계를 맺어가자”고 제안했다.
아울러 “우리의 삶을 나누고 공유하는 것, 그리고 함께 걸어가는 여정이 사회적 우애의 여정이다. 이 여정이 여러분에게 계속되기를 바란다”며 순례자들을 격려했다.
이날 교리교육에는 한국 순례단 외에도 미국 뉴욕, 브라질 상파울루, 몽골 한인성당에서 참가한 순례자들이 함께 했다.
△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가 교구 순례단을 만나 격려하고 있다.
한편 서울대교구 주교단도 교구 순례단을 만났다. 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여정 마지막 날까지 건강하게, 서로 배려하며 기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응원하겠다”며 순례자들을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