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정(아가시다·서울 서초3동본당) 전 MBC 아나운서에게는 요즘 ‘심리상담가’라는 명칭이 생겼다.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활동하며 학교 문을 다시 두드려 상담심리학을 공부했고, 현재는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 등에서 상담사로 두 번째 커리어를 쌓고 있다.
“상담하면서 ‘들어준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그저 ‘고맙게’ 듣습니다. 저를 믿으시고 내밀한 속 이야기를 공유할 자격을 주시다니요. 그런 감사함이 어디 있겠어요.”
그는 상담을 하면서 ‘경청’의 중요성을 새삼 더 느끼고 있다. “그간 대화를 나누며 귀 기울여 듣는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던 순간도 많았다는 걸 절감하는 것 같다”는 최씨는 “경청이라는 것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 노력하고 연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청이라는 부분을 일상에서 더 자각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덧붙인 그는 “‘지금 내가 허투루 듣고 있구나’ 알아챌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아이들이랑 대화할 때도 ‘그래 일단 경청하자, 일단 들어보자’는 마음이 들고, ‘말을 끊지 않고 끝까지 들으려고 하는 것’ 등도 상담을 공부하며 일상에서 조금 더 도움을 받은 부분이다.
“상담 속에서 어려운 시기를 거쳐온 이야기를 들을 때는 화살기도가 절로 나오기도 하고, ‘하느님 이분 옆에 계셔 주세요’ 그렇게 말할 수 있어서 아주 든든합니다.”
가톨릭신자를 만나 상담할 때는 그렇게 하느님이 큰 공감대가 된다. 최씨는 “상담을 모두 마친 뒤, 처음 만났을 때와 다르게 환한 기운이 얼굴에서 느껴질 때에는 내담자가 어둠에서 걸어 나올 수 있게 손을 잡아주고 있었다는 것이 기분 좋다”며 “상담과 명상, 예술 치료 등을 접목한 상담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최씨는 최근 첫 에세이 「유일한, 평범」(21세기북스)을 펴내며 ‘첫 꿈’이었던 ‘작가’의 이름도 가졌다. 이 책에서는 프리랜서 아나운서가 된 후 생의 2막을 여는 과정, 상담을 공부하는 사연, 육아의 어려움 등 일상 이야기들을 털어놓으며,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려 애쓰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속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의 시간이 참 예쁘고 소중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최씨는 두 번째 에세이도 계획 중이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그는 아인슈타인이 한 말을 들려줬다. “누구의 인생에나 두 종류의 삶이 있다고 합니다. 기적 같은 건 없다고 믿는 삶과 모든 것을 기적이라고 믿는 삶.” 최씨는 “숨 쉬는 것도 기적이고, 아들딸이 아프지 않고 유치원 다니는 것 등 모든 게 기적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생각과 태도를 잊지 않고 싶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