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경찰이라는 옷을 입었을 뿐 우리와 같은 일반인이자 신앙인입니다. 이해받기 힘든 특별한 어려움을 감수하는 경찰들이 신앙을 놓치지 않도록 돕는 것이 경찰사목이라고 생각하며 오늘도 그들을 찾아갑니다.”
서울대교구 경찰사목위원회(이하 위원회) 위원장 김형균(스테파노) 신부는 이렇듯 위원회가 “신앙이 있어도 잃기 쉽고, 신앙을 갖고 싶어도 갖기 어려운 경찰들을 위해 사목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산하 31개 경찰서를 모두 방문하며 교우회 관리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위원회는 극단적 선택 및 자체 사고가 잦은 경찰들을 위한 심신 지도, 경찰서별 월례 미사와 교리교육 등 복음화에 힘쓰고 있다. 경찰 스스로 전교할 수 있도록 경찰 선교사들을 양성·관리하는 사목도 펼친다.
김 신부는 “경찰사목은 현장에 가서 녹아들어 신앙이 필요한 이들에게 믿음을 전하는 것이기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제들이 교회 밖으로 나서라”는 프란치스코 교황 말씀처럼 지구대 및 파출소, 기동대, 유치장까지 찾아다니며 신앙의 치유가 필요한 이들의 야전 병원 역할을 하는 것이다.
김 신부는 “신앙과 직업 생활의 괴리 등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경찰들만의 심리적 고통과 어려움 때문에 위원회가 더욱 야전 병원으로 다가가고 있다”고 밝혔다. 현장을 많이 다니는 지구대 및 파출소 대원들은 일반인은 쉽게 겪을 일 없는 험한 상황에 젊은 나이부터 노출돼 트라우마를 자주 호소한다. 불편한 관계인 유치인들과 밀폐된 공간에 있는 유치인 보호관들, 사람들과 무력 대치가 잦은 전투경찰들도 만성적 인간 혐오가 자라는 등 신앙의 끈을 놓치기 쉽다.
“기밀 누설 위험 때문에 심적으로 힘들어도 해소할 데가 없어 신앙을 찾는 사람이 많죠. 어쩌면 경찰들이야말로 우리 사회에서 가장 보이지 않는, 영적 채움이 절실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어요.”
김 신부는 “위원회가 가장 주력하는 일은 비신자에게도 열린 개인 면담”이라고 말했다. 경찰로서 어떻게 기도해야 하고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면담은 사제와 경찰의 신뢰 위에 영적 갈증 해소가 이뤄지는 기회라는 것이다.
김 신부는 “고해성사로 대표되는 사제들에 대한 믿음으로, 누설 우려로 눌러 담고만 있던 속사정을 풀어놓는 경찰들이 영적으로 회복돼 신앙에 입문한다”고도 밝혔다. 그는 특히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면담의 효과로 성당을 찾는 인원은 이전보다 조금 늘어나는 추세”라고도 전했다.
끝으로 김 신부는 10월 21일 경찰의 날을 맞아 “신앙이 누구보다도 필요한 경찰들을 위한 경찰사목이니만큼 위원회의 활동에 교회적 관심이 환기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경찰 교우들은 신앙과 직업의 일치를 실천하는 기쁨을 느끼도록, 비신자 경찰들은 신앙에 눈떠 어려움을 이겨낼 힘을 얻도록 사목을 확장해 나갈 생각입니다. 경찰을 위한 영적 도움이 결국 그들이 지키는 시민들에게도 안전한 사회를 안겨줄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박주헌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