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은총 안에서, 백수(白壽)를 넘어 만수무강(萬壽無疆)하시기를 교구 공동체 모두는 한마음으로 기도합니다.”
10월 20일 광주대교구청 성당에서 열린 광주대교구 7대 교구장 윤공희(빅토리노) 대주교의 주교 수품 60주년 축하미사. 조촐하지만 뜻깊은 자리에 함께한 교구청 사제단과 수도자, 평신도들은 윤 대주교의 영육 간 건강을 위해 한마음으로 기도를 봉헌했다.
윤 대주교는 올해 99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건강한 모습으로 주교 수품 60주년 축하미사를 주례했다. 미사에는 광주대교구 9대 교구장 김희중(히지노) 대주교와 현 교구장 옥현진(시몬) 대주교, 교구청 사제와 수도자, 평신도 등 100여 명이 참례했다.
윤 대주교는 1963년 10월 20일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성 바오로 6세 교황에게 주교품을 받았다. 주교품 60주년은 한국교회 역사상 처음이다. 윤 대주교는 전 세계 주교 중 여덟 번째 연장자이기도 하다.
윤 대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께서는 너희의 머리카락까지 다 세어 두셨다’ 하셨고,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와 동행하셨던 것처럼 예수님은 늘 우리와 함께하신다”며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을 믿으며 기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자”고 당부했다.
미사 중 열린 축하식에서는 교구청 직원, 교구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와 여성위원회 대표가 주교품 60주년을 축하하는 꽃바구니와 예물을 전달했다. 성바오로딸수도회 수도자들은 축가를 전했다.
김희중 대주교는 축사에서 “로마 유학 생활 중 대주교님께서 한 번씩 로마에 오시면 마치 아버지를 맞이하듯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며 “사제들에게 항상 자상하고 정감있게 배려해주시던 대주교님이 기억에 선하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내내 건강하시고 주님 은혜 가운데 함께 하시길 기도 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축사 중 로마 유학 때 가뭄에 단비처럼 건네주셨던 봉투가 너무 반가웠다는 김 대주교의 회고에 윤 대주교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박수를 치기도 했다.
윤 대주교는 미사 후 열린 축하연에 이어 교구청 내 광주가톨릭박물관을 찾아 김종숙(요안나) 작가가 주교품 60주년을 기념해 제작, 기증한 흉상과 교구 역사를 담은 전시물을 보며 전·현직 교구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윤 대주교는 1963년 주교 수품 후 초대 수원교구장, 서울대교구장 서리, 제7대 광주대교구장, 주교회의 의장 등을 지냈다. 6·25전쟁과 5·18 광주민주화운동 등 한국 사회와 교회 역사와 함께한 한국교회 최고령 주교로 2000년 퇴임 후 현재는 광주가톨릭대학교 주교관에서 지내고 있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최근 열린 수원교구 설정 60주년 기념미사, 광주대교구장 옥현진 대주교의 팔리움 수여미사에 참례하는 등 왕성한 대외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승환 기자 ls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