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마티스 관절염으로 관절 변형·통증... 물 흥건한 지하방서 살며 빚만 쌓여... 딸에게 병 유전…정밀검사도 못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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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마치고 집에 들어가면 바닥에 깨진 술병이 나뒹굴고 있었어요. 딸은 저녁도 못 먹은 채 지쳐 잠들어 있고요. 유리 조각에 발을 다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악성 류마티스 관절염을 앓고 있는 정수빈(50, 율리안나)씨는 2016년 중학생 딸을 데리고 도망쳤다. 휘어진 손가락으로 진통제를 먹어가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지만, 그가 퇴근 후 감당해야 하는 것은 알코올에 중독된 남편의 폭력이었다. 그는 짐도 챙길 새 없이 날아오는 술병을 피해 맨발로 도망쳤다. 딸 하교 시간에 맞춰 학교 앞에서 기다렸다가 함께 경찰서로 피신했다. 모녀는 여성긴급전화1366에서 연결해준 쉼터에서 숨어지냈다. 쉼터 원장이 옷과 생필품을 급한 대로 구해줬다.
정씨는 16년 동안 계속된 남편 폭력에서 벗어났지만, 악성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관절 변형과 통증이 심해졌다. 물건을 잡는 것도, 설거지하고 걸레를 짜는 일도 힘겹다. 면역력이 떨어져 치아도 다 빠져 요셉의원에서 무료 진료를 받았다. 경제활동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정씨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매달 60만 원의 정부 지원금을 받게 됐다. LH 임대주택으로 보증금 450만 원에 월세 35만 원의 지하방을 얻어 둘만의 생활공간을 마련했지만, 곳곳에 곰팡이가 피고, 바닥에는 물이 흥건했다.
“바닥에 앉으면 옷이 젖었어요. 돈이 없어서 침대와 공기청정기를 대여 업체를 통해 빌렸어요. 매달 20만 원 정도 대여비를 내야 하는데, 대여비를 낼 때마다 약값이랑 수술비를 내야 해서….”
1년 넘게 대여비를 못 내자, 채권추심업체의 독촉 전화에 시달려야 했다. 갚아야 할 체납금은 420만 원으로 불었다.
그가 지금까지 남편의 폭력, 관절 통증, 체납금 독촉 전화를 견뎌온 건 딸 덕분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고3이었던 딸이 양말을 벗어 발가락을 보여줬는데 구부러져 있었다. 그 길로 허겁지겁 동네 정형외과에 갔는데, 의사는 류마티스 관절염이라며 큰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으라는 진단을 내렸다. 정씨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딸이 먹고 싶어하는 것도 못 먹여서, 일주일 동안 라면 먹으며 같이 부둥켜안고 울었는데…. 이제는 병까지 유전돼서….”
딸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부족한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다. 딸은 골반과 발가락 통증이 시작됐지만, 아직 정밀검사를 받지 못했다.
최근 정씨는 월세방을 따로 얻었다. 딸이 아르바이트로 버는 만큼 기초생활수급비가 깎여서 서로 독립하기로 했다. 정씨는 딸과 통화하며 자주 이야기해준다. “힘내! 우리 딸, 우리도 좋은 날 올 거야. 슬퍼하지 마.” 엄마의 입은 웃고 있지만, 눈에선 눈물이 흐른다. 수화기 너머로 딸의 목소리가 들린다. “엄마, 우리도 좋은 날 오겠지?”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후견인 : 요셉나눔 재단법인 사무총장 홍근표 신부
“모녀가 류마티스 관절염을 앓고 있습니다. 딸이 치료를 받으려면 큰 병원의 정기적인 치료가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로선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입니다. 채무도 정리하고, 치료도 받을 수 있도록 이 모녀의 가정에 도움의 손길을 호소합니다.”
성금계좌(예금주 : 가톨릭평화방송)
국민 004-25-0021-108
농협 001-01-306122
우리 454-000383-13-102
※정수빈씨에게 도움을 주실 독자는 12일부터 18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425)에게 문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