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회 인권 주일(12월 10일)을 앞둔 11월 27일, 대전교구 교정사목위원회, 천주교인권위원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국가인권위원회에 법무부장관과 천안교도소장을 상대로 교정시설의 소수 종교 종교행사 보장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대전·충남지역 교정시설을 정기 방문해 수용자들과 미사를 봉헌하는 대전교구 교정사목위원회는 정교회, 성공회 등 소수 종교를 믿는 수용자들의 호소를 듣고 도움을 주고자 진정에 함께했다.
천주교와 개신교 불교 등 3대 종단은 전국 교정시설 54곳 전체에서 종교행사를 열지만, 소수 종교 중에는 원불교·여호와의 증인만 종교행사를 국한적으로(6곳) 열고 있다.
교정사목위원회 위원장 나기웅(엘리야) 신부는 “정교회·성공회 수용자들에게 부득이 천주교 미사를 보게 하는 실정”이라며 “수용자들이 자기 종파 종교행사에 참여하는 건 인권 차원에서 보장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유엔 피구금자 처우에 관한 최저기준규칙 제66조는 “실제적으로 가능한 한 모든 피구금자는 교도소 내에서 거행되는 종교행사에 참석하고 또 자기 종파의 계율서 및 교훈서를 소지함으로써 종교생활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허용돼야 한다”고 밝힌다.
한국 형집행법 시행규칙 제32조도 “수용자는 자신이 신봉하는 종교행사에 참석할 수 있다”고 규정하지만 “종교행사용 시설의 부족 등 여건이 충분하지 아니할 때”(제1호)를 예외로 두고 있다. 나 신부는 “각 교정시설 종교행사는 소장 재량에 있으며 시간과 공간, 인력 수준에 맞게 제한한다는 게 법령의 요지”라고 설명했다.
이를 고려한 나 신부는 3대 종교에 할당된 시간과 장소를 소수 종교에 할애하는 방식으로라도 소수 종교의 종교행사를 보장할 것을 천안교도소장과 논의했지만 “결국 교정본부와 지방교정청이 움직여야 한다”고 전했다.
“교정본부와 대전지방교정청, 천안교도소에 문의하고 공문을 보냈지만 ‘법령상 방법이 없다’는 답만 돌아옵니다. 총괄 기관인 교정본부나 지방교정청이 함께 논의해야 하는데 정작 그들은 소장이 결정할 사안이라며 책임을 미룹니다.”
나 신부는 “종교자유 보장을 위한 노력은 수용자들 인권뿐 아니라 교화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수용자가 자신을 되돌아보도록 이끌어, 억눌린 선한 본성을 깨워줄 수 있는 건 종교인들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수용자들은 동료끼리도 서로 내면을 온전히 나눌 수 없어 ‘자기만의 섬’에 갇혀 살다 제대로 교화되지 않고 사회로 나오게 됩니다. 그래서 수용자가 온전히 믿을 수 있는 자기 종파 종교인을 만나고 종교행사에 함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 신부는 11월 천안교도소에서 천주교 집회 시간을 일부 할애해 정교회 예배가 거행되도록 배려한 데 이어 12월에는 정교회 성탄 예배, 정교회 대주교가 함께하는 집회가 마련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나 신부는 “더욱 큰 사목적 고립에 처한 소수 종교를 믿는 수용자들 인권을 생각하는 것은 「복음의 기쁨」에서도 언급된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이라며 “천주교 집회 시간을 활용하는 등 꾸준히 연대하겠다”고 전했다.
박주헌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