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에 내재된 선함으로 서로 존중하는 사회 만들어 가자”
△ 2022년 주님 성탄 대축일 미사에서 강론 중인 정순택 대주교 (주교좌 명동대성당 제공)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주님 성탄 대축일(12월25일)을 맞아 성탄 메시지를 발표했다.
정 대주교는 성탄 메시지를 통해 “성탄의 기쁨이 온 누리에 가득하기를, 특별히 전쟁으로 죽음의 공포와 위협 속에 놓여 있는 나라의 국민들과 북녘의 동포들을 포함하여, 가난하고 소외된 분들과 위로가 필요한 우리 사회의 모든 분들에게 예수님의 탄생이 큰 희망과 힘이 되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아기들은 세상에서 가장 연약한 존재이지만, 모든 사람 안에서 선함을 이끌어내는 힘이 있다”고 말하면서, “예수님께서 가장 연약한 갓난아기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심은 우리 안에 원래부터 내재해 있던 선함을 이끌어내시고자 함이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사회 안에 여러 모습으로 존재하는) 힘없고 가난하고 소외된 분들 안에 계시는 예수님을 바라보며, 가장 연약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신 아기 예수님의 부르심을 들어보자”라고 말하면서, “그들이 공동체의 한 주역이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배려하고 존중하는 교회, 사회를 만들어 가자”고 당부했다.
다음은 정순택 대주교 성탄 메시지 전문.
2023 성탄절 교구장 메시지
우리 안의 선함을 이끌어내시고자
연약한 아기의 모습으로 예수님이 오십니다!
“(동방 박사들은)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를 보고
땅에 엎드려 경배하였다.” (마태 2,11)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아기 예수님의 거룩한 탄생을 함께 기뻐하며 축하드립니다. 성탄의 기쁨이 온 누리에 가득하기를, 특별히 전쟁으로 죽음의 공포와 위협 속에 놓여 있는 나라의 국민들과 북녘의 동포들을 포함하여, 가난하고 소외된 분들과 위로가 필요한 우리 사회의 모든 분들에게 예수님의 탄생이 큰 희망과 힘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땅에 오실 때에 전능하신 하느님의 아들로서 위엄 가득한 다른 모습으로 오실 수도 있었을 텐데, 갓난아기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셨습니다. 갓난아기는 인간 존재 중에서도 가장 연약하고 힘없는 존재입니다. 어머니의 도움 없이는, 주변의 도움과 사랑 없이는 성장할 수 없고, 존속할 수도 없는 약하디약한 존재입니다. 그런데 하느님의 아드님, 만왕의 임금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런 갓난아기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신 것입니다.
그런데 아기들은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 비록 자기 가족이 아니라 하더라도, 아기를 보는 이들의 마음을 선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엄마의 품 안에 안겨 있는 아기가 우리를 향해 방긋 웃어주면, 보는 이는 누구라도 ‘무장이 해제되고’ 각자의 마음 안에 원래부터 있던, ―그러나 많은 경우 바쁜 삶을 사는 중에 잃어버리고 지내왔던― ‘선함이 눈을 뜨게’ 됩니다. 아기들은 세상에서 가장 연약한 존재이지만, 모든 사람 안에서 선함을 이끌어내는 그런 힘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예수님께서 가장 연약한 갓난아기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심은 우리 안에 원래부터 내재해 있던 선함을 이끌어내시고자 함이었을 것입니다.
우리 사회 안에는 여러 모습으로 힘없고, 가난하고, 소외된 분들이 계십니다.아기 예수님이 우리 안의 선함을 이끌어내시고자 가장 연약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셨듯이, 예수님은 지금도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의 도움과 사랑을 이끌어내시기를 바라시며, 힘없고 가난하고 소외된 분들 그 안에 현존하고 계십니다. 누구나 건강하고 멋진 삶을 누리고 싶어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누군가는 질병이라는 십자가를, 또는 가난이라는 십자가를, 혹은 다른 여러 형태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살아 갑니다. 그들은 우리 모두 안에 있는 선함을 일깨우면서, 우리의 사랑을 기다리고 계시는 아기 예수님의 몫을 살고 계십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우리에게 제시하시는 ‘시노드 교회’란 다 함께 걸어가는 신앙의 여정, 곧 삶의 여정에서, 하느님과 깊은 친교를 바탕으로 이웃들과 친교를 이루고, 하느님의 사랑을 증거하고 선포하는 선교하는 교회를 살며, 거기에 우리가 모두 주인공으로 참여하는 교회를 말합니다. 우리가 살아야 할 시노드 교회를 위하여 함께 걸어가면서, 특별히 힘없고 가난하고 소외된 분들 안에서 예수님을 바라봅시다. 하느님께서 심어주신 우리 안의 선함을 이끌어내시고자 가장 연약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신 아기 예수님의 부르심을 들어봅시다.
성모님의 전구 속에, 우리 사회의 힘없고 가난하고 소외된 분들이 친교의 공동체, 선교하는 공동체, 모두가 주인공으로 참여하는 공동체의 한 주역으로서, 복음을 듣고 나아가 복음을 선포하는 주인공이 되실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배려하고 존중하는 교회를, 그런 사회를 만들어 갑시다. 우리에게 오신 아기 예수님의 축복이 늘 풍성한 한 해 되시길 기도합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 평양교구장 서리
대주교 정순택 베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