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이자 시인 한명수(미카엘)씨는 십 수 년 동안 고(故) 구상 시인(요한 세례자·1919~2004)의 작품 가운데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미발굴 작품들을 모으는 데 여념이 없다. 「구상 시 전집」(1986)이나 「구상 문학 총서」(2010) 등에 묶여 있지 않은 작품들을 중심으로 그의 초기 활동 관련 행적과 남긴 글들을 수집해오고 있는 한명수 시인은 오는 5월 구상 시인 선종 20주기를 앞두고 마무리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948년 대구 달성공원의 ‘상화시비’(尙火詩碑) 건립식 때 구상 선생님께서 추모시를 낭송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즉석에서 화선지 위에 추모시를 쓰시고 낭독했던 당시의 알려지지 않은 일화와 자료들을 확보했습니다.”
한명수 시인이 구상 시인의 발자취를 따라 미발굴 작품을 찾아 모으게 된 계기는 가톨릭신문과 맞닿아 있다. 전주교구 시복시성 관련 문예공모전 출품작을 준비하던 1988년, 한명수 시인은 옛날 가톨릭신문을 연구하며 당시 논설위원으로 활동했던 구상 시인의 글들을 접할 수 있었다.
한명수 시인은 이후 2000년대 초반 대구대교구 설정 100주년 기념사업 준비와 시복시성 활동에 참여하면서 예전에 본 구상 시인의 글들을 떠올렸고, 다시 조사를 하게 됐다. 분명 의미 있는 글들임에도 불구하고 「구상 시 전집」이나 「구상 문학 총서」에서 볼 수 없는 작품들이 상당수 있었다.
한명수 시인은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미발굴 글들과 발행된 글들을 비교·분석하는 작업을 계속해오고 있다. 수상집 「침언부어」(沈言浮語·1960)를 기준으로 두고, 그 이전 자료들을 발굴하면서 그 의미를 설명하는 평론 글도 적어 함께 정리하고 있다.
한명수 시인이 구상 시인 연구에 매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더 늦기 전에 후학들을 위해 자료 정리를 먼저 해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상 선생님의 글에는 인류애와 생명 존중 사상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습니다. 시대적 분위기를 생각하면 하기 어려웠을 말들도 할 수 있었던 선생님의 정신과 용기를 볼 때면 울컥할 때가 많습니다. 저보다 구상 선생님을 더 좋아하시는 학자들이 제가 발굴한 자료들을 토대로 그 의미와 가치를 현재에 되살릴 수 있는 작업들을 이어가실 수 있도록, 저는 그저 마중물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