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수도자의 존재가 이 세상의 진정한 빛과 소금이라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세상엔 다양한 사도직을 살아가는 수도자들이 계시지만, 제가 만난 수도자들의 공통점은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웃과 세상을 위해 기도하며 자신의 삶을 투신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전 그분들의 기도와 삶이 이 세상을 사랑으로 나아가게 한다는 느낌을 자주 받습니다.
저와 친한 한 수녀님께서는 20여 년 전 자신의 수도회 입회 청원서에 이런 글을 써냈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가장 자유로움인 순명을 택하고, 최고의 사랑인 정결을 택하며, 최고의 부유함인 가난함을 택하고 싶습니다.” 어찌 보면 이 청원서 내용은 한 젊은 성소자의 당찬 포부라고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는 이 열렬한 청원이 모든 수도자의 첫 마음을 대변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입회 때 써낸 그 구절을 지금 다시 돌아보면 어떠신가요?”라고 여쭈었더니, 수녀님은 “아휴, 제가 뭘 몰라도 한참 몰랐죠! 하하”라고 웃으며 답하셨습니다. 수도자로 살아보니 처음 꿈꾸던 이상대로 사는 것이 쉽지 않았다는 의미였습니다. 수녀님은 이렇게 덧붙이셨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복잡한 걸 생각하지 않고 내가 가진 신념을 향해 내 삶을 투신하고자 했던 저의 20대 시절을 돌아보면 여전히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수도자로 살아보니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한편으론 그때의 제가 너무 순진했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성녀가 되고 싶고 훌륭한 수도자가 되고 싶었던 그때의 꿈을 여전히 마음에 품고 살아가고 있어요.”
담담하고 소박한 수녀님과의 대화가 저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아마 그건 제가 그 수녀님의 삶에서 이미 그리스도의 향기를 듬뿍 맡고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몹시 가난한 선교지에 파견되어 지금까지 그곳 아이들의 선생님으로, 친구로, 엄마로 살아온 수녀님의 삶은 20여 년 전 순진했던 한 청년이 써낸 입회 청원서 글과 꼭 맞닿아 있었습니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첫 마음을 잘 기억하고 그에 걸맞은 사람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의 마음속 서원을 갱신하며 나아가는 한 수도자의 삶은 그 자체로 찬란하게 아름다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마음을 담은 곡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수도자들의 삶을 닮은 작고 소박한 곡, 하지만 누구보다 뜨거운 마음을 품은 곡을 만들어 그분들의 삶을 축복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쓴 곡 ‘완전한 사랑(수도자 축가)’의 노랫말은 아래와 같습니다.
“가장 큰 자유인 순명을/가장 큰 사랑인 정결을/가장 큰 부유인 가난을/온 삶을 다해 살아가는
모든 것을 내어줌으로/ 세상의 기쁨이 되고/모든 이를 사랑함으로/주께 영광을 드리네
그대 사랑의 들꽃이여/세상의 등불이여/주님의 축복받은 종이여/그대 수도자여
그대 거룩한 침묵이여/뜨거운 가슴이여/영원을 사는 봉헌의 삶이여/그대 수도자여”
수도자의 삶이 늘 꽃길은 아니겠지요. 하지만 첫 마음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수도자들의 삶은 그 자체로 이 세상의 기쁨이 되고 주님께 영광이 되는 것 같습니다. 하느님과의 기도 안에서, 공동체에 봉헌하는 순명 안에서, 이웃에 대한 사랑 안에서 매 순간 서원을 새로이 가다듬으며 나아가는 세상 모든 수도자께 이 곡을 선물합니다.
※QR코드를 스캔하시면 ‘완전한 사랑’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추준호 예레미야 / 가톨릭 생활성가팀 ‘열일곱이다’ 보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