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 일치의 여정](45) 천주교를 비난하는 개신교 신자를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가톨릭과 성공회 주교들이 1월 26일 영국 캔터베리 대성당을 순례하고 있다. 이는 ‘일치와 선교를 위한 국제 성공회-가톨릭 협의회’가 후원하는 로마와 캔터베리 순례의 마지막 여정이다. 사진=OSV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천주교를 이단이나 우상 숭배로 몰아대는 개신교 신자가 적지 않습니다. 이는 잘못된 교육과 상호 불신의 골이 깊기 때문입니다. 천주교에 대하여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개신교 신자와의 불편한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들이 천주교를 비난하는 동기와 목적이 무엇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개신교 신자가 속한 교단이 천주교를 비난한다면 그것이 교리 문제인지 천주교 신자들의 삶에 대한 비판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개신교가 왜 그렇게 비난하게 되었는지 들어 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만일 교리에 대한 문제라면 상대 개신교 신자에게 천주교의 교리를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시킬 수 있는 교리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자신이 개신교 신자의 질문에 납득할 만한 대답을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어설픈 설명으로 오히려 오해만 부추길 수 있기에 자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필요하다면 교리에 대한 질문에 적절한 답변을 성직자나 수도자에게 얻어 전해 줄 수 있고, 최근에는 인터넷과 유튜브 등에 참고가 될 만한 좋은 글과 영상들이 많으므로 이를 찾아 전해 줄 수도 있습니다.
한국에서 개신교 신자들이 천주교에 대하여 주로 잘못 이해하고 있는 주제는 천주교의 성모님 공경에 대한 문제입니다. 천주교가 성모님을 믿으며, 여러 성상 앞에 절을 하는 행위를 우상 숭배로 오해하기 때문입니다, 만일 대화하는 상대방이 천주교를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설명을 듣고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우상 숭배와 성상 공경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잘 설명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27항 참조) 그러나 논쟁을 위한 대화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집요할 정도로 교리 논쟁을 하는 개신교 신자를 만나면 교리 논쟁보다는 서로의 신앙 체험을 나누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서로 처음 신앙을 가지게 된 동기나 교회 생활에서의 특별한 은총 체험이나 신앙 간증 등을 나누는 것은 같은 그리스도인으로서 공감을 이루는 좋은 영적 교류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천주교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가진 개신교 신자를 만나는 경우, 그 오해가 교회의 구성원에 대한 비난이라면 지혜롭게 대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르틴 루터가 이야기한 ‘죄인이나 의인’이라는 용어를 활용하여 우리는 모두 하느님 앞에서 죄인이기에 부족한 인격적 결함을 서로 보충해 주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의무임을 상기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 비난의 대상이 사제이든 수도자이든 평신도이든 누군가의 인간적인 약점을 비난한다면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그리스도의 힘이 나에게 머무를 수 있도록 더없이 기쁘게 나의 약점을 자랑하렵니다.”(2코린 12,9)
참된 일치는 서로의 차이를 약점으로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공통점을 찾아내고 함께 공감하는 일에서 시작됩니다. 천주교와 개신교가 공동으로 간직해 온 신앙의 유산을 함께 찾고, 기회가 될 때마다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함께 기도한다면 우리는 일치의 여정에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서게 될 것입니다.
교회 문헌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 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