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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부족함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공동체

한창현 신부의 모두의 시노드(28) 시노드 정신 살아가기 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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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드 여정의 핵심적 요소 ‘공동체적 식별’

교회는 함께 걸어가는 데에서, 회중이 모임을 통해서, 그리고 모든 구성원이 복음화 사명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데에서 자신이 친교라는 것을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실현합니다. 시노드 정신은 하느님 백성 전체가 이러한 교회의 삶과 사명에 관련되고 참여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교회의 모습은 시노드 정신을 통해 오늘날 구체적으로 표현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시노드 정신을 구체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시노드 여정에서 핵심적 요소인 식별에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공동체적 식별은 하느님께서 특정한 역사적 상황 안에서 들려주시는 부르심을 발견하도록 합니다.

이와 관련해 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의 겔트루드 링크 수녀님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수녀님은 1933년 5월 2일 독일 툿찡 베네딕도 수녀회 모원에 입회한 뒤 4개월 만인 그해 9월 15일 북한 원산 지역에 있는 수녀원으로 파견되어 활동하시다가, 1949년 북한의 옥사덕 강제수용소에 투옥되셨습니다. 당시 옥사덕 강제수용소에는 덕원, 원산, 고원 등지에서 체포되어 투옥된 외국인 신부와 수사, 수녀 67명이 수난을 겪어야 했으며, 25명이 희생되고 1954년 1월 12일에 42명만이 본국으로 송환되었습니다.



수용소에서 겪은 참담한 인간의 한계

겔트루드 링크 수녀님은 혹독한 북한 수용소에서의 삶을 온몸으로 겪고서 독일로 추방되었지만, 한국으로 다시 재파견을 요청하여 1956년 5월 7일 대구로 돌아와 신암동에서 수련장에 임명됐으며, 1967년 로마 총회에서 총장 수녀로 선출되면서 제2의 고향인 한국을 떠나야 했습니다. 고난의 땅인 북한을 그리워했고, 남한의 신암동을 사랑했으며, 한국을 사랑한 수녀님은 한국 땅에 묻히고 싶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1999년 3월 27일 90세로 고국에서 선종하셨습니다.

북한 강제수용소 생활을 겪으며 겔트루드 링크 수녀님이 쓴 시와 체험담이 ‘암흑과 폭풍 속의 너 영혼아!’라는 제목으로 독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한국에서도 번역되었습니다. 수녀님의 회고에 따르면 수용소의 비참하고 곤궁한 상황 속에서 심리적 고통을 체험한 공동체는 인간의 이기적인 본능을 적나라하게 표출하였다고 합니다. 수녀님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추악함을 극복하고 하느님의 자녀로서 공동체를 키워나가는 데 엄청난 힘과 정신력이 필요하였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절박하고 극한적인 상황에서 형성된 공동체는 내적으로 결코 해체될 수 없다고 설명하십니다. 수녀님은 하느님 백성으로부터 나오는 명시적 또는 침묵의 부르짖음을 통하여 들려오는 ‘성령의 탄식’에 주의 깊고 용감하게 귀를 기울이셨습니다.



절박한 상황서 형성된 공동체의 단단한 힘

본국으로 송환되셨다가 다시 돌아오신 겔트루드 링크 수녀님은 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가 남한에서 다시 공동체를 마련하고 자리를 잡는 시기에 훌륭하게 핵심적인 역할을 하셨다고 합니다. 수녀님은 한국 사람들보다 한국 사람들을 더 잘 이해하셨다고 합니다. 수녀님께서는 수용소에서 말할 수 없이 참담한 인간의 한계를 직접 대면하셨지만, 동시에 공동체가 서로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분명히 체험하셨던 것 같습니다. 오늘날 교회 공동체 안에서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려 하지만, 서로의 인간적인 면모를 대면하고 실망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시노드 여정 안에서 구성원들의 부족함이 도드라져 보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이때가 바로 진정한 교회 공동체를 함께 만드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함께 식별할 수 있는 적절한 시기가 될 것입니다.



한창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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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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