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안에서 근무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교회에서 나오는 기금이 귀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어린아이의 헌금과 어르신들이 숨겨 둔 쌈짓돈이 얼굴도 모르는 평신도 연구자를 위해 쓰인다는 점을 인식하고 부끄럽지 않게 연구하는 학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교회 안팎에서 민족화해 분야 연구자로 활동해 온 황소희(안젤라·39)씨가 2월 26일 연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에서 ‘북한 수령의 후계에 대한 인식이 후계자의 위협인식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김정일과 김정은 집권 이후 군사활동 비교를 중심으로’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여성 연구자로서 이제 32개월 된 쌍둥이를 키우는 힘겨운 육아와 학업을 병행하며 받은 학위여서 주변의 많은 축하를 받고 있다.
아직 ‘박사’라는 호칭이 익숙하지 않은 황소희 박사는 주교회의 명도회 장학금을 3년, 인천교구 사제연대 장학금을 2년 동안 지원받았다. 전 서울대교구장 염수정(안드레아) 추기경이 교구 민족화해위원회를 통해 장학금을 보내 준 것을 비롯해 여러 신자들도 육아를 병행하며 연구에 고군분투하는 황 박사에게 아낌없는 격려와 물적 후원을 보냈다.
“박사과정에 총 8년 걸렸고, 논문 작성에는 2년이 걸렸습니다. 제가 느끼기에 ‘기적’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8년 동안 박사과정 공부를 하면서 필요한 학비는 한순간도 부족한 적이 없을 정도로 필요한 때에 격려의 손길들이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더욱 책임감을 가지고 의미있는 연구성과를 내야겠다는 마음으로 박사과정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북한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북한 지도자와 지배계층(엘리트)의 인식 체계를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논문 주제를 정했다는 황 박사는 한국교회가 북한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의견을 제시했다.
“교회는 교회만의 북한에 대한 비전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 많았습니다. 평화·일치·화해라는 거대 담론을 이야기하면서도 정치적 진영논리를 교회가 공식처럼 흡수하는 것은 아닌가 싶을 때도 있습니다. 남북관계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교회의 대북담론이 교회의 벽을 넘어 사회 전체에 울림을 줄 수 있는 경쟁력을 지니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황소희 박사는 남북한이 통일돼야 하는 당위성을 ‘한반도의 보다 나은 미래’에서 찾고 “통일의 시기나 가능성을 묻기 전에 우리가 통일을 맞이할 준비가 돼 있는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