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베이비붐 세대는 풍요와 편리를 이유로, 개발과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지구를 훼손하고 젊은이들의 미래를 빼앗아 왔습니다. 이를 회개하며 인간과 자연의 공멸을 막는 데 우리가 나서야 한다는 마음뿐이에요.”
불타는 지구의 화재 현장으로 긴급출동하는 소방대원의 마음, ‘노년이 달라져야 미래가 달라진다’는 각오로 노년 기후운동단체 ‘60+ 기후행동’(이하 기후행동)은 2022년 1월 19일(119) 창립 발대식을 올렸다. 민윤혜경 운영위원(아녜스·67·서울 청담동본당)은 창립 때부터 기후행동 일원으로서 삼척 화력발전소 반대, 국민연금의 석탄투자 반대 등 피케팅 및 세미나를 비롯한 직접 행동, 청년 활동가들을 지원하는 ‘사회적 상속 운동’ 등에 꾸준히 함께해 왔다.
민윤 위원은 “손주들이 살아갈 지구를 어떻게든 나은 모습으로 물려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니어 기후 활동가로 나서게 됐다. 정의평화민주 가톨릭행동 회원으로도 활동했던 그는 “민족 화해, 사회정의 실현 등 다른 문제도 중요하지만 기후위기 대응이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의를 실현할 사회도, 평화를 되찾을 민족도 결국 먼저 지구가 살아 숨 쉬어야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민윤 위원은 2020년 미국 서부를 집어삼킨 초대형 산불을 현지에서 접하고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절감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기록적 폭염이 산불을 일으킨 것으로 진단했다.
“파란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삽시간에 붉고 검은 밤이 깔렸습니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재앙이 거실 창문 밖에서 펼쳐지고 있었죠. 기후위기는 누구에게나 예외가 없다는 충격으로 눈뜨게 됐어요.”
그는 “그런 재앙을 앞당긴 것이 젊은 날 무분별한 개발주의 일변도로 달려왔던 우리 베이비붐 세대였기에 다른 세대보다 노인 세대가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생태적 회개를 바탕으로 후손들을 보살피는 어른으로 모범을 보여야 다른 세대가 기후위기를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도록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민윤 위원은 “노년 세대만이 가진 고유한 가치들은 기후위기에 맞서는 젊은 세대에게 든든한 뒷받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랜 세월 살아오며 축적된 경험과 성찰을 바탕으로 막다른 길에 빠진 청년들을 트인 길로 안내하고, 안정된 노년의 시간·경제적 여유를 바탕으로 기후위기 대응 활동을 적극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탈석탄법 제정을 촉구하는 국회 앞 피케팅, 삼척 맹방해변을 순례하며 바치는 생태적 회개 기도…. 아랑곳하지 않는 거대 자본을 저지하려는 이 작은 움직임들이 “곧 신앙고백이자 생태적 순교”이기에 가치를 갖는다고 민윤 위원은 말했다. 단번에 지구를 푸르게 만들 수는 없더라도, “작은 영적 헌신이 모여 하느님 창조 질서를 세상에 외친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 긍지를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하느님의 뜻을 이루는 어떠한 도구로 부르심을 받았다”는 민윤 위원. 그는 끝으로 “노년의 자신에게 주어진 ‘창조 질서 보전’의 직무를 사명감으로 수행할 것”이라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우리 손주들을 위해 노년을 가치 있게 봉헌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