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신매매는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인 줄 알았는데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나라에 만연해 있다는 게 놀랍네요.”
한국천주교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JPIC분과 ‘탈리타쿰 코리아’ 위원회(위원장 배미애 마리진 수녀)가 5월 9일 오전 10시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 앞에서 펼친 ‘반 인신매매 캠페인’을 접한 시민들은 한국사회 인신매매 현실에 대한 심각성을 체감했다.
위원회 위원과 봉사자 50여 명은 ‘인신매매 이제는 끝내야 할 때’, ‘인간은 결코 매매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인신매매는 현대판 노예’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거리에 섰다. 특히 올해 캠페인은 환경오염이 인신매매 확산과 연결되는 것을 우려해 종이 광고지를 나누지 않고, 참가자 개인 피켓으로 인신매매의 심각성을 알렸다.
청소년을 협박해 성착취 영상을 제작하거나, 성매매를 강요받는 이주노동자, 브로커를 통해 금전적 대가를 받은 국제결혼 등 우리 사회에 인신매매가 만연하고 있음을 캠페인을 통해 알게 된 시민들은 정서적 억압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캠페인에 참여한 박유진(17)씨는 “인신매매가 우리 주변에서는 쉽게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서 자료들을 보니 여러 방식으로 다양한 사람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범죄라는 것을 알게 돼 경각심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배미애 수녀는 “인신매매는 후진국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국내에서도 여성을 상품화하고 여성 인권을 유린하는 행위가 만연해 있다”며 “탈리타쿰은 인신매매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만 그 본질 안에는 사람은 사고팔 수 없고 사람의 인권과 생명을 함부로 할 수 없다는 정신을 담아 활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탈리타쿰은 인신매매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여자수도회 총원장 국제연합회가 만든 국제네트워크다. 국내 여자수도회는 2014년 2월 활동을 시작해 인신매매 인식개선 캠페인과 교육은 물론이고 인신매매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기소를 돕고 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