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진·박영기·조규흥·김남중 추가 확인, 순교 여부 조사 필요
2008년 6월 20일 당시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가 충남 전의 교구 성직자 묘지에서 ‘6·25 전쟁 순교 기념비’를 축복하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DB
진실·화해위한과거사정리위 ‘충청지역 천주교 희생사건’ 규명 조치
1950년 발발한 6·25 전쟁 시기, 적대세력(인민군)에 의해 희생된 충청지역 신자들이 추가로 확인됐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최근 서울 중구 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제77차 회의를 열어 ‘한국전쟁 전후 적대세력에 의한 종교인 희생사건, 충청지역 천주교 희생사건’에 대해 논의하고, 패트릭 브레넌(안 파트리치오) 몬시뇰, 필립 페랭(한국명 백문필) 신부 등 천주교인 20명에 대해 진실규명 조치를 내렸다.
그런데 본지가 살펴본 결과, 희생자로 확인된 16명은 주교회의 시복시성위원회가 2022년 ‘하느님의 종 홍용호 프란치스코 보르지아 주교와 동료 80위’ 시복 안건 예비심사를 마치고 교황청 시성부에 제출한 명단과 일치하지만, 김용진·박영기·조규흥·김남중씨 등 4명은 이번에 처음 밝혀진 신자 희생자들로 확인됐다. 국가기관에 의해 처음 확인된 천주교인 희생자 명단과 시복 추진 명단을 대조해 교회가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이번에 밝혀낸 천주교인 희생자는 패트릭 브레넌 몬시뇰·데지레 폴레·필립 페랭·로베르 리사르·마우루스 코르테스·피에르 롤뢰·토머스 쿠삭·조제프 몰리마르·존 오브라이언·강만수 신부 등 사제 11명과, 윤갑수(시몬)·최종수(요한)·윤복수(라이문도)·송상원(요한)·김용진·박영기·조규흥·김남중씨 등 평신도 9명이다. 이 가운데 마지막 평신도 4명은 하느님의 종 81위 명단에 없는 인물들이다.
과거사정리위원회는 4명 모두 합덕본당 신자로 확인했으며, 김용진·박영기·조규흥씨는 같은 날인 1950년 9월 29일 충남 당진군 우강면 창리 옷박골에서, 김남중씨는 같은 해 10월 3일 대전형무소에서 각각 희생된 것으로 파악됐다. 필립 페랭 신부와 윤복수(라이문도)·송상원(요한)이 같은 합덕본당 출신으로, 비슷한 시기 처형된 점 등을 살펴보며 함께 확인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아울러 하느님의 종 81위 명단 49번째 합덕본당 복사 출신 송상원도 사망 장소 및 날짜가 이번 조사 결과와 차이가 있어 검토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1과 김활란 조사관은 “현장에서 다양한 조사를 했다”며 “희생자 후손들의 증언, 합덕본당 백년사, 관련 책자 기록 등을 통해 이들이 적대세력에 의해 희생된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대전가톨릭대에 있는 6·25전쟁 순교기념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주교회의 시복시성위원회 총무 박선용 신부는 “과거사정리위원회가 밝힌 희생자 가운데 4명은 이번에 처음 보는 분들”이라며 “이들이 왜 빠졌는지 관할인 대전교구와 확인해볼 필요가 있으며, 만약 새로 확인된 분들이라면 추후 조사를 거쳐 추가로 시복 대상이 될지 여부에 대해선 주교님들께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전교구 내포교회사연구소 소장 김성태 신부도 “가톨릭평화신문의 연락을 받고 과거사정리위원회를 통해 자료를 받았으며 확인 결과 김용진씨 등 4명은 처음 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교회가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사람인지 등을 주교회의 시복시성위원회와 함께 알아보겠다”고 전했다.
과거사정리위원회는 “대전가톨릭대학교 내 성직자 묘지에 있는 6·25전쟁 순교자 기념비, 6·25 전쟁 당시 희생된 프랑스 신부의 약전이 기록돼 있는 프랑스 외교부 공보자료, 현장 조사와 증언 청취 등을 통해 이번 결정을 내렸다”면서 “희생자들은 천주교 성직자 또는 신자이거나 그들의 가족이란 이유로, 또는 좌익에 비협조적이고 우익활동을 한 반동분자(反動分子)로 처형됐다”고 설명했다.
이상도 선임기자 raelly1@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