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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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남편 잃고 대장암 3기 판정 받은 엄마

어린이집 교사로 고교생 두 딸 부양...항암 치료로 일 그만두자 빚만 쌓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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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연씨가 자신마저 떠나면 부모 없이 살아갈 어린 두 딸을 생각하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여보, 오전에 서울로 출발한다지 않았어? 왜 아직도 천안이야?”

“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그랬어. 물 한 잔만 마시고 나갈 거야.”

“어머, 당신 목소리가 진짜 이상하네? 당장 쓰러질 것 같아. 119 불러줄까?”

“알아서 할게. 기운 없어서 끊는다. 이따 봐.”

김혜연(엘리사벳, 50)씨는 이 짧은 통화가 남편과의 마지막 대화가 될 줄 몰랐다. 그날 밤이 지나고 이튿날 오전까지도 남편은 집에 오지 않았다. 직장에 연락했더니 ‘출근하지 않았다’는 답이 돌아왔다. 곧바로 경찰에 신고한 뒤 버스를 타고 남편이 사는 천안으로 내려갔다. 집 앞에 다다를 무렵, 경찰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저? 어머님,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오세요.”

‘물 마시고 출발한다’던 남편은 냉장고 앞에 그대로 쓰러진 채 움직이지 않았다. 손에 꼭 쥔 휴대폰 화면에는 번호 2개가 찍혀있었다. ‘11’. 9를 마저 누르지도 못하고 돌연 세상을 떠난 것이다. 김씨는 몹시 괴로웠다. ‘내가 그때 119를 불러줬다면 남편은 살 수 있었을까. 타지에서 혼자 살며 일하는 것도 힘들었을 텐데, 마지막 순간에도 정말 외로웠겠구나. 미안해, 여보.’

줄곧 게임 프로그래머로 일했던 남편은 최근 가상현실(VR) 분야로 전환, 천안에 있는 회사로 이직했다. 나이 50에, 그것도 가족과 떨어져 낯선 동네에서 젊은 사람과 경쟁하며 새로운 일을 익히는 삶, 매일같이 홀로 스트레스를 감내했을 남편을 떠올릴 때마다 김씨의 가슴은 한없이 아리다.

지난해 5월 남편 선종 후 갑작스럽게 가장이 된 김씨. 어린이집 교사였던 그는 홀로 고3 수험생과 고1 두 딸을 돌봐야 했다. 월급만으로 세 식구 생활에 자녀 학비까지 대는 게 벅찼지만, 그는 희망을 품고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올해 3월 또 한 번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혈변을 자주 봐서 검사했더니 ‘소리 없는 암살자’라는 대장암 3기 판정을 받은 것이다.

결국 김씨는 항암 치료를 받기 위해 일을 관둬야 했다. 소득이 없어 빚만 늘기 시작했다. 김씨의 다른 가족들 형편도 여의치 않아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학업에 지장이 될까 봐, 고민 끝에 김씨는 딸들에게 겨우 투병 사실을 털어놨다. 당시 태연하게 듣던 딸들은 밤마다 화장실과 옥상에서 몰래 흐느꼈다. 그러고도 다음날이 되면 ‘엄마 사랑해’라며 꼭 안아주고 하루를 시작했다. 김씨는 어느새 의젓해진 딸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심정이다.

몸과 마음이 너무 아픈 상황이지만, 김씨는 딸들이 부모 없이 자랄 걸 생각하면 더 걱정이다. 수술을 앞두고 있는 그는 매일 기도한다. “주님, 3년 뒤면 저희 둘째가 성인이 됩니다. 제발, 제발 그때까지만이라도 살게 해주세요.”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후견인 : 이종현 베네딕토(서울대교구 천호동본당 사회사목분과장)
 

 


“남편을 잃은 데다 암에 걸려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홀로 두 아이를 키워야 하는 김혜연 자매님은 인생에서 가장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부디 세 모녀가 건강히 잘 지낼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합니다.


성금계좌 (예금주 : 가톨릭평화방송)

국민 425-0021-108

농협 001-01-306122

우리 454-000383-13-102



김혜연 씨에게 도움을 주실 독자는 16일부터 22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425)에게 문의 바랍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4-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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