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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에 달한 남북 대치 ‘회심의 은총’ 필요

남북 강대강 심리전 전개 9·19 군사 합의 효력 정지군사 충돌 안전핀 사라져 평화 향한 길 포기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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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교구 이기헌 주교와 사제단이 한반도 평화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DB


북한의 계속된 오물풍선 살포에 대응해 우리 정부도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발표했다. 이같은 남북의 ‘강대강’ 대응이 심리전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와 함께, 교회 내에선 ‘회심의 은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 강주석 신부는 “2014년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심을 ‘한 개인으로서 그리고 하나의 민족으로서, 우리의 삶과 우리 역사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마음의 새로운 변화’라고 설명했다”며 “서로에 대한 불신이 극한에 도달하고 있는 지금, 편견을 넘어 새로운 인식을 찾는 회심의 은총이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정부는 북한의 1·2차 오물풍선 살포에 대응해 지난 4일 9·19 군사합의 전체 효력을 정지시켰다. 또 탈북민단체 등이 대북전단을 다시 보내자 북한은 3차 오물풍선을 살포했고, 이에 정부는 9일 대북 확성기 방송을 6년여 만에 다시 시작했다. 11일에는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측으로 내려왔다가 경고 사격 이후 북상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안보실은 “남북 긴장 고조의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 측에 달려있음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합동참모본부도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에 대해 경고한 바와 같이 확성기 방송을 실시했다”며 “방송 추가 실시 여부는 전적으로 북한 행동에 달렸다”고 강하게 대응하고 나섰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북한의 직접 도발 가능성을 언급하며 “추가 도발 시 ‘즉각, 강력히, 끝까지 원칙으로’ 대응하겠다”며 대비 태세를 주문했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박태균(가브리엘) 교수는 “여러 요소를 완전히 배제하고 맞대응하면서, 누구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며 “우리는 단순히 군사적 힘뿐만 아니라 국제 관계 등 모든 부분에서 명분을 갖춘 진정한 힘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9·19 군사합의는 지금까지의 남북 합의 중 가장 구체적이며 진정한 비무장으로 만들 수 있었던 합의인데, 오물풍선 살포가 그것을 전면 정지할 만큼의 문제인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남북은 2018년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9·19 군사합의를 체결해 지상과 해상·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북한이 9·19 군사합의 파기를 선언했고, 우리 군도 올 1월 ‘완충 구역’은 더이상 없다고 밝혔다. 사실상 군사합의가 작동하지 않고 있던 상황에서 정부가 명시적으로 합의 효력을 전면 정지한 것이다.

북한대학원대학교 김성경 교수는 “기본적인 안전핀이 모두 뽑힌 상황”이라며 “많은 전문가가 국지적인 충돌 가능성까지 예상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부위원장 정수용 신부는 “어렵게 만든 평화를 너무 쉽게 걷어차 버린 형국인 것 같다”며 “다시 되돌리기 위해선 그 이상의 신뢰가 회복돼야 하는 상황이기에 적대감이 아니라 화해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주석 신부는 “평화의 길이 멀고 험하다 해도 결코 포기해선 안 된다”며 “‘민족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25일)을 맞아 새로운 평화의 길이 열리길 간절히 기도하자”고 당부했다.


박민규 기자 mk@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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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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