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 가난한 이웃 교회의 사정을 자기 일처럼 공감하고 정성을 모아준 한국 주교·사제단, 수도자, 본당 공동체들에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한국교회의 도움으로 조국 교회에 활기를 불어넣고자 지난해 처음으로 방한한 카메룬 바피아교구장 에마뉘엘 다시 유팡(Emmanuel Dassi Youfang) 주교가 올해도 한국을 찾았다. 유팡 주교는 서울대교구 총대리 구요비(욥) 주교 초대로 6월 5일~20일 한국교회에서 후원금 모으기와 기념미사 주례, 교회 기관들 방문 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유팡 주교는 “누구보다도 카메룬 선교사 김지연 수녀님(아가타·도움이신 마리아 수녀회)께 감사하다”고 전했다. 유팡 주교가 한국교회와 연결된 것은 김 수녀의 역할이 컸다. 유팡 주교는 “2020년 교구장으로 취임했을 때, 험난한 교구 상황에 대한 하소연을 김 수녀님이 흘려듣지 않고 백방으로 나서 줬기에 희망이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카메룬은 3000만 인구 중 40가 가톨릭신자일 만큼 신앙이 뜨겁지만 경제 상황이 열악해 사목에 큰 어려움이 따른다. 바피아교구 사제·수도자들은 면적 3만4600㎢에 달하는 교구에서 매일 10개가 넘는 공소를 도보로 또는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사목해야 한다. 쉴 수 있는 사제관이나 수도원, 숙소도 없을뿐더러 주교관, 교구청도 없다. 유팡 주교는 “교구 사목센터 등 피정, 연수 등 모임을 할 변변한 건물이 없다”고 호소했다.
치안도 불안한 데다가 교회 안팎으로 도사리는 위험은 유팡 주교를 골머리 앓게 한다. 2017년에는 전임 교구장이 재임 중 암살당했다. “복음을 거스르는 이데올로기를 전파하고 지역에 폭력과 분열을 조장하는 몇몇 종파가 득세하고 있다”는 건 최근 가장 큰 걱정거리다.
“이런 현실에서 도움을 준 한국교회가 큰 힘”이라고 유팡 주교는 전했다. 교구 고아원은 지난해부터 올마이키즈(이사장 김영욱 요셉 신부)의 지원을 받으며 매달 아기 20명을 배불리 먹일 수 있게 됐다. 교구 농업기술학교는 인천교구 중3동본당(주임 김영욱 신부) 도움으로 건축기금이 모이고 없었던 수도 시설도 깔렸다. 올해는 서울 여의도동본당(주임 주경수 세바스티아노 신부) 신자들이 유팡 주교가 지으려는 교구 사목센터 후원금으로 8만 유로(한화 1억2114만8000원가량)를 모아줬다.
“교구에서 한국교회 명성이 정말 높아졌어요. 잘 모르는 교회에 선뜻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아니까요. 저도, 착한 사마리아인의 가르침을 적극 실천하는 한국교회와 각별한 영적 유대를 느낍니다.”
박주헌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