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인 부이반탕(Bui Van Thang·40)씨가 배를 움켜쥐고 식은땀을 흘리며 대구대교구 가톨릭근로자회관을 찾았던 지난 4월을 이관홍(바오로) 관장 신부는 잊지 못한다. 대장암 재발로 너무 고통스러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가톨릭교회를 찾아왔다는 부이반탕씨. 이미 병원비로 많은 돈을 지출한 데다, 빌릴 만한 곳도 더 이상 없다며 도움을 호소했다.
부이반탕씨는 지난해 5월 대장암 3기 진단을 받고, 대장을 절제하고 봉합하는 수술을 받았다. 그동안 힘들게 모은 돈과 이웃들에게 빌린 돈을 그러모아 겨우 수술비를 마련했다. 그러나 더 이상 돈을 마련할 수 없어 항암치료는 포기해야만 했다. 그리고 올해 4월, 갑자기 대변에서 피가 섞여 나오고 왼쪽 복부와 옆구리가 심하게 아파 다시 병원을 찾았다. 대장내시경을 통해 대장암이 재발한 사실을 알게 됐다. 항암치료를 미룬 탓이었다. 이번에는 수술도 받지 못한다. 종양 부위가 다른 장기와 겹쳐있고 파고들어 있어, 항암치료로 종양 크기를 줄여야만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볼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심각해졌다.
부이반탕씨는 항암치료를 받더라도 건강상태에 따라 2~3년 안에 사망할 수도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다. 절망감에 부이반탕씨는 주저앉고 말았다. “제가 가족들을 책임져야 해요. 저 말고는 아무도 없어요.”
2004년 취업비자를 받고 한국에 온 부이반탕씨. 체류기간은 꽤 지났지만, 고향의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20년째 한국에서 혼자 살며 일을 해 돈을 벌어왔다. 젊은 날을 가족들을 위해 모두 바쳤다.
사실 부이반탕씨 조부와 삼촌도 대장암으로 사망했다. 부친 또한 대장암으로 오랜 시간 투병했다. 부친은 그나마 회복할 수 있었으나, 몸이 너무 쇠약해져 경제활동은 엄두도 못 낸다. 자신만 바라보는 가족을 위해 힘을 내고 싶지만, 고액의 항암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어 부이반탕씨는 절망에 빠진다.
미등록 체류자인 부이반탕씨는 건강보험을 적용받지 못하다 보니 항암치료 약값만 한 달에 400만 원이 든다. 처음 암 진단을 받기 전까지만 해도 목재공장과 도금공장에서 일하며 가족들을 부양할 수 있었지만, 암 투병을 하면서부터는 재래시장에서 채소 다듬는 아르바이트로 겨우 연명하고 있다. 받은 85만 원을 쪼개고 쪼개서 생활비를 쓰고 병원비를 마련해 왔으나, 이제는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살고 싶어요, 살고 싶습니다.”
친구와의 여행이나 이성교제 등 젊은 날 흔히들 누리는 경험조차 부이반탕씨는 포기하며 살았다. 생의 최고 순간들을 가족들을 위해 희생했건만, 남은 건 시한부 삶이라는 생각에 부이반탕씨는 울음을 참지 못했다. 그러나 부이반탕씨는 “끝까지 살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겠다”며 살아갈 의지를 드러냈다.
이관홍 신부는 “타국 땅에서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왔는데, 이제는 병마와 싸우기까지 해야 하는 부이반탕씨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되어 달라”고 독자들에게 거듭 도움을 청했다.
◆ 성금계좌 - 예금주 (재)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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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301-0192-4295-51
◇ 모금기간: 2024년 7월 3일(수) ~ 7월 23일(화)
◇ 기부금 영수증 문의 080-900-8090 가톨릭신문사(기부금 영수증은 입금자명으로 발행됩니다.)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