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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고교생, 조세이 탄광 희생자 유골발굴 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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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야마구치현 조세이 탄광 수몰 사고 현장 인근에서 성모여고 학생들이 흰 국화를 띄워 보내며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있다. 성모여고 제공



평화 주제로 한·일 학생 교류
1942년 수몰 사고로 희생된
조선·일본 광부 희생자 기리고
유골 발굴 촉구 서명운동 동참



한국과 일본 가톨릭계 고교 학생들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조선인 136명의 목숨을 앗아간 조세이(長生) 탄광 수몰사고 희생자 유골 발굴을 위해 뭉쳤다. 38년째 자매학교인 부산 성모여자고등학교와 일본 야마구치현 하비에르고등학교 학생들이다.

성모여고는 18일 “하비에르고 요청으로 일본 시민단체의 조세이 탄광 유골 발굴조사를 위한 서명운동에 동참했다”며 “476명의 서명을 하비에르고에 보냈다”고 밝혔다. ‘조세이탄광 수몰사고(水非常)를 역사에 새기는 모임’(이하 새기는 모임)이 조사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온라인 모금)을 하는 데 찬성하는 서명이다.

조세이 탄광은 야마구치현 우베시 앞바다에 위치한 해저탄광이다. 1942년 2월 3일 지하 갱도 누수로 비롯된 수몰사고로 광부 183명(조선인 136명·일본인 47명)이 목숨을 잃은 아픈 역사를 지닌 곳이다. 이후 희생자 유해 수습과 진상 규명이 되지 않자 양국 유족들은 일본 정부에 사과와 유골 발굴·송환을 줄곧 촉구해왔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반응이 없었고, 이에 ‘새기는 모임’은 “유족 고령화로 더는 기다릴 수 없다”며 이달 25일 잠수 조사를 시작으로 자체적인 유골 발굴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일 학생들이 유골 발굴에 뜻을 모은 배경에는 지난 6월 6일 성모여고 학생들의 조세이 탄광 사고현장 방문이 있다. ‘평화’를 주제로 진행된 양교 교류행사에서 성모여고 학생들은 탄광 일부 구조물이 보이는 바다에 흰 국화를 띄우며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이어 하비에르고 학생들과 과거사를 돌아보며 양국이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방향을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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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야마구치현 조세이 탄광 수몰 사고 현장 인근에서 성모여고 학생들이 나카이 준 신부 설명을 듣고 있다. 성모여고 제공



아울러 성모여고 학생들은 일제강점기 한민족의 아픈 역사가 깃든 또 다른 장소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도 찾았다.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인 1945년 8월 6일 미군이 원자폭탄을 투하한 곳이다.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투하 당시 조선인 약 7만 명이 피폭, 이 중 4만 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학생들은 한일 화해를 위해 힘쓰는 나카이 준(예수회 일본관구) 신부와 함께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앞에서 묵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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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여고 학생들이 1945년 8월 6일 원자폭탄이 투하된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앞에서 나카이 준 신부와 함께 묵념하고 있다. 원폭 투하로 히로시마에서만 조선인 약 3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성모여고 제공



이들은 또 히로시마교구 주교좌 세계평화기념성당에서 봉헌된 미사에도 참여했다. 교구장 시라하마 미쓰루 주교는 미사 중 한국 학생들 앞에서 일제가 저지른 만행에 대해 대신 사과하기도 했다. 시라하마 주교는 “과거 일본은 한반도의 많은 사람에게 전쟁과 강제 노동으로 큰 피해를 줬다”며 “한 개인으로서 또 가톨릭 사제로서 생명을 빼앗기고 많은 고통을 견뎌야 했던 한반도 출신 여러분에게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과거를 바꾸진 못하지만, 마음가짐에 따라 미래를 바꿀 순 있다”며 “성모여고와 하비에르고가 한국과 일본을 잇는 다리가 되어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달라”고 당부했다.

성모여고 학생들은 6월 5~8일 하비에르고 학생 가정집에 머물며 함께 등교하고 축제도 준비하며 우정을 쌓았다. 성모여고 국제교류담당 이서희(아녜스, 부산교구 사상본당) 교사는 “양국 미래의 주인공인 학생들이 하나 된 시간이었으며, 하비에르 기념성당에서 한국어로 미사를 봉헌하며 함께 은총도 체험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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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성모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이 1945년 8월 6일 원자폭탄이 투하된 히로시마 원폭돔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원폭 투하 당시 조선인 약 3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성모여고 제공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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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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