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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해설사’로 제2의 사목인생 살고 있는 신성근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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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 동안 로만칼라를 하고 성당에서 신자들과 만났던 사제의 목에 새로운 이름표가 걸렸다. ‘산림교육전문가 신성근’. 


경건한 성당이 일터였던 청주교구 신성근(야고보) 신부는 이제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숲에서 일한다. 등산화에 등산가방, 챙이 넓은 모자를 갖춘 신 신부는 일하는 장소도, 복장도 예전과 달라졌지만 “장소만 달라졌을 뿐, 숲에서 하느님의 은총을 발견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소 자연을 좋아했던 신 신부에게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는 은퇴 후 의미있는 삶을 꿈꾸는 계기가 됐다.


“숲 해설사는 숲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생물의 이야기뿐 아니라, 숲과 인간과의 관계 등을 알려주는 교육전문가입니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 회복을 천명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회칙과 연결될 뿐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피조물과 공존할 수 있는지 더 많은 분들에게 알려줄 수 있기에 숲 해설사에 도전해보고 싶었습니다.”


나무, 곤충, 환경, 의사소통과 관련된 강의 170시간에 현장 실습과 해설 시연까지 자격증을 따는 과정이 녹록지 않았지만, 신 신부는 “내가 받았던 것을 돌려줄 수 있다는 생각에 공부하는 시간이 기쁘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그가 첫 해설 장소로 선택한 곳은 배티성지와 연풍성지다. 청주교구 안에 있는 성지기도 하지만, 풍성한 순교자와 숲의 이야기를 신자들에게 전하고 싶어 두 곳을 선택했다.


“나무와 숲에 관해 공부하면서 알게 된 것은 자연은 욕심내지 않고 인간에게 한없이 베푸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사랑과 닮아있는 이곳에서 신앙인들이 깨달을 수 있는 것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지에서 숲 해설을 하는 사제’라는 특별한 타이틀에 걸맞게 신 신부의 해설은 남다르다. 배티성지 입구를 지키고 있는 느티나무를 통해 많은 사람을 품고 그늘이 돼 주는 신앙인이 될 것을 제안하기도 하고, 오로지 해만 바라보고 자라는 소나무를 통해 우리의 신앙도 하느님만을 바라보고 그분의 뜻을 따라 살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성당 밖을 나온 강론 아닌 강론에 신자들은 “주님의 이야기를 생생한 현장에서 듣게 돼 마치 살아있는 강론을 듣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 신부는 “은퇴 후 시간을 정성스럽고 귀하게 보내고 싶어 숲 해설사를 선택했다”고 전했다. 하느님의 말씀 안에서 신자들과 만나는 모든 순간이 그에게는 참으로 귀한 시간인 것이다. 하늘에서 불어오는 바람, 발 아래로 밟히는 흙과 풀, 시원한 그늘이 돼 주는 나무, 하느님의 선물인 자연은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며 인간과 함께 살아가자고 말을 건네고 있었다. 


신 신부는 그 귀한 이야기들을 꺼내 성지를 찾는 이들의 영성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도록 돕고 있었다. 신 신부는 “성지에서 숲 해설을 듣는 분들이 숲 향기와 더불어 신앙의 향기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숲체험 신청 문의: 010-5248-5504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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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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