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적장애인과 비지적장애인 사이에 있는 사람들을 경계선 지능인이라고 합니다.
한국인 100명 중 14명이 경계선 지능인에 속한다고 하는데요.
학업과 근로에 어려움을 겪지만, 법적 장애가 아니다 보니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계선 지능인 청년들을 위한 일터에 김정아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맛있는 김치찌개 냄새가 가득한 이곳, 청년밥상문간 슬로우점입니다.
점심 식사를 하러 온 손님들로 북적입니다.
밀려드는 손님들 덕에 직원들도 덩달아 분주해집니다.
능숙하게 일을 척척해내는 두 청년은 경계선 지능인입니다.
개점 때부터 근무한 임예찬 씨는 "슬로우점에서 일을 하며 책임감이 생겼다"며 "손님들이 맛있게 먹는 게 가장 뿌듯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같은 경계선 지능인 친구들과 함께 일하는 점을 최고 장점으로 꼽았습니다.
<임예찬 / 청년밥상문간 슬로우점 직원>
"저랑 같은 친구들이랑 같이 일하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이제 앞으로도 계속 일을 할 텐데 열심히 해봅시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의 만족도도 높습니다.
개점 다섯 달 만에 하루 평균 100명의 이상의 손님들이 찾는 맛집이 됐습니다.
슬로우점을 세 번째 찾은 한승우 씨는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며 "느리더라도 맛있게 해 줘 감사하다"고 청년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한승우 / 대학생>
"저는 오히려 느리게 하더라도 그만큼 맛있게 해 주시니까 더 감사하게 느리더라도 딱히 상관없이 먹고 있습니다. 이렇게 힘든 상황에서도 더운데 열심히 고생하시고 이런 분들한테도 너무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맛있는 김치찌개 계속해서 먹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점장 이지혜 씨는 청년들과 함께 일하면서 되려 위로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지혜 이스베리카 / 청년밥상문간 슬로우점 점장>
"일하면서 청년들이 하나하나 물어보는 것들이 많아요. 청년들의 반복 학습이 중요하기 때문에 제가 이렇게 매 차례마다 이렇게 알려주거든요. 청년 한 명이 퇴근을 했는데 다시 돌아왔어요. '점장님 오늘도 많은 걸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하러 왔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거기에 대해서 너무 감동도 받고…"
배우는 시간이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오래 걸리지만 일에 대한 열망이 큰 경계선 지능인들.
우리 사회는 이들에게 팍팍한 게 현실입니다.
청년문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이문수 신부는 경계선 지능인 자녀를 둔 부모들을 통해 들은 이야기가 가슴에 남아 슬로우점을 개점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이문수 신부 / 청년문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그저 우리 아이들에게 봉사할 기회라도 주어졌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어디에 봉사활동을 가더라도 다 거절을 당한다고 하시는 거예요. 어떤 분들에게는 그 기회마저도 주어지지 않는다는 게 굉장히 더 가슴 아프게 들렸습니다."
조금은 느리지만 따뜻한 김치찌개 향기가 가득한 이곳, 청년밥상문간 슬로우점에서는 경계선 지능인 청년들이 꿈과 함께 성장하고 있습니다.
CPBC 김정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