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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만연한 아시아에는 ‘적극적 비폭력’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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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의 국제 가톨릭 평화운동 단체 ‘팍스 크리스티 필리핀’(Pax Christi Pilipinas) 공동대표 안토니오 레데스마 대주교(Antonio Ledesma·카가얀데오로대교구장)는 “비폭력은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폭력을 막아내려는 적극적 의지”라고 강조했다. 10월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심포지엄에서 아시아의 평화에 대한 기조강연, DMZ 방문 등 일정으로 방한한 그는 “갈등이 만연한 아시아에 평화적 대화가 이뤄지도록 다 같이 ‘적극적 비폭력’(Active non-violence)을 실천하자”고 당부했다.


레데스마 대주교는 “한반도 핵무기 위협과 확산 움직임이 이웃 나라 필리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 체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필리핀이 속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은 핵무기 금지지역이다. 필리핀은 유엔이 2017년 채택한 핵무기금지협약(TPNW)에 가입했으나 동북아시아에서는 어느 국가도 가입하지 않았다.


힘이 우선시되는 국제 정세에서 왜 패권 선점보다 평화 건설에 힘써야 할까. “폭력은 강자들의 언어이기에 더더욱 답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레데스마 대주교는 역설했다. 필리핀은 현재 중국과의 영토분쟁이 심각하다. 필리핀의 배타적 경제수역에 있는 섬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과 기지 설립으로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를 통한 법적 해결을 시도했으나 중국은 판결을 수용하지 않고 있다. 패권국이기 때문이다.


“절대적 무력을 지닌 자들과 똑같은 언어(폭력)를 써서는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아요. 그들이 감히 무력만으로는 평화와 질서를 좌우하지 못하도록 그리스도인이 평화적 대화에 앞장서야겠죠?”


이렇듯 패권을 무효화시키는 ‘적극적 비폭력’의 저력을 강조한 레데스마 대주교는 카가얀데오로대교구가 있는 민다나오섬을 예로 들며 “종교 간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2200만 명 인구의 섬은 가톨릭신자가 63, 이슬람 신자가 32를 차지한다. 과거 이슬람 극단주의자에 의한 무장투쟁이 지속되고 종종 테러가 발생했지만, 그때마다 가톨릭·이슬람 종교 지도자들이 합심해 폭력을 규탄하고 평화적 갈등 해소를 호소해 왔다. 그렇게 2014년 두 종교 사이에 민간 평화협정이 맺어지고 40년을 이어온 분쟁은 종식됐다.


“폭력이 적극적이라고 해서 비폭력이 소극적이어서는 안 돼요. 폭력이 폭력인 줄도 모를 정도로 일상화하던 시점에 종교들, 평화를 염원하는 평범한 사람들이 한목소리로 ‘평화!’하고 외쳐오지 않았다면 오늘날 민다나오섬의 평화는 구축되지 않았을 거예요.”


같은 아시아 국가인 필리핀과 한국은 중국과 미국의 갈등 등 지정학적 도전을 함께 당면하고 있다. 필리핀교회, 한국교회, 국제 팍스크리스티 운동은 어떻게 협력할 수 있을까. 레데스마 대주교의 답은 한결같다. “적극적 비폭력에 대한 더 많은 그리스도인의 참여”라고.


“현재 아시아·태평양 팍스 크리스티 공동체는 필리핀, 한국, 호주, 뉴질랜드에 있습니다. 아시아 차원에서 의미 있는 활동을 전개하기에 회원이 너무 부족합니다. 가톨릭교회 활동이 자유로운 일본, 대만, 홍콩 등에서 팍스 크리스티 운동 파트너를 찾아 동아시아 평화에 대해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려고 합니다.”


박주헌 기자 ogoya@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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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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