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내 인생은 끝을 향해 달려가는데···.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겠어요? 못난 아비 때문에 한겨울 눈보라 칠 때 거리에 양말 팔러 나가는 막내 아들의 뒷모습을 보는 게 너무 가슴 아파서···.”
아버지 온유상(요셉, 67)씨가 울먹이다 잠시 부엌 한쪽에 서서 눈물을 닦았다. 부엌의 작은 식탁에서는 큰아들 동훈(안토니오, 36)씨가 해맑게 웃으며 책을 읽고 있다. 동훈씨는 지적장애 2급으로 정신연령은 세 살이다. 유아기부터 당뇨로 인해 인슐린을 맞고 있다. 아버지는 36년 동안 아들을 씻기고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있다. 늦은 밤에는 자주 경기를 일으켜 응급실로 달려가는 일도 허다했다.
큰아들보다 10살 어린 둘째 아들은 대학생이다.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로 거리에서 양말을 판다. 중학생 때부터 심한 학교 폭력에 시달려 5년 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아내는 둘째가 세 살일 때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내가 어린 두 아들을 남겨놓고 세상을 등진 후 가사와 살림, 돈벌이는 오롯이 온씨 몫이 됐다. 육아와 살림에 허덕이던 온씨는 운영하던 영어학원 문을 닫았고, 육아와 병행할 수 있는 사업을 알아보다 사기를 당했다. 20년 동안 번 돈 5억 원을 통째로 잃었다. 집은 경매로 넘어갔고, 건강이 나빠졌다. 고혈압과 당뇨로 일주일에 세 번 혈액투석을 받는다. 일은 전혀 못하고 있다. 큰아들의 당뇨를 늦추는 영양제와 본인의 약값만 한 달에 15만 원이다.
기초생활수급보장 대상자로 정부에서 매달 150만 원을 받지만, 매달 100만 원은 따로 떼어 지인들에게 빚을 갚고 있다. 지인에게 빌린 돈은 총 6000만 원. 보증금 600만 원에 월세 30만 원의 SH 전세임대로 살고 있다. 내년 7월에는 임대 기간이 끝나 집을 옮겨야 한다. 재산은 보증금 600만 원이 전부다.
장애가 있는 큰아들을 곁에 끼고 살아온 온씨는 막내 아들에게 “아버지에게는 형만 소중하다”는 볼멘 소리를 듣고 억장이 무너졌다. 덜 아픈 손가락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혼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큰아들을 더 챙겨야 했던 세월이 미안할 따름이다. 고생 끝에도 희망 한 가닥 보이지 않았다. 올해 3월에는 온씨가 예전에 썼던 영어 교재를 새롭게 출판할 계획이었는데 또 사기를 당해 8000만 원의 부채를 떠안았다.
“유서를 써놓고 밖을 돌아다녔습니다. 어떻게 죽을까 고민했지만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큰 아들과 사랑하는 막내 아들을 두고 떠날 순 없겠더라고요.”
아내와의 마지막 약속으로 두 아들과 세례를 받은 온씨는 새벽 미사에 참여하며 아내와 두 아들을 위해 기도한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후견인- 서울대교구 수락산본당 주임 노우식 신부
“마음이 아픕니다. 둘째 아들 출산 후 배우자를 잃고 지적장애가 있는 큰아들과 둘째 아들을 홀로 돌봤습니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이 가정에 희망이 없습니다. 가톨릭평화신문 독자들의 기도와 도움을 청합니다.”
성금계좌 (예금주 : 가톨릭평화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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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유상씨에게 도움을 주실 독자는 11월 3일부터 9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425)에게 문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