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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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항상 이뤄주심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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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봉사’하고 있지 않아요. 그저 하느님 부르심대로 살고 있을 뿐이에요.”


아프리카 케냐와 말라위에서 활동 중인 전교가르멜수녀회 정춘실(데레사·케냐 키텐겔라 공동체 원장) 수녀가 제4회 마리안느·마가렛 봉사 대상 간호 부문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정 수녀는 봉사를 하지 않는데 봉사 대상을 수상한 것이 너무 부끄럽다며 손사래를 쳤다. 간호학을 전공한 정 수녀는 2003년 케냐 성 소화 데레사 진료소 설립 때부터 현재까지 진료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7년부터 2018년까지는 말라위 음텡고완텡가의 병원에서 11년간 대표를 맡기도 했다.


성 소화 데레사 진료소는 거의 무료 수준으로 진료비를 받고 있어 다른 곳에 비해 많은 사람이 찾는다. 한 달에 외래진료만 약 1300명, 예방접종을 원하는 어린이와 산부인과 진료를 보는 임산부까지 합하면 한 달 방문 환자는 2000명을 훌쩍 넘는다.


“형편은 항상 빠듯하지만 직원들 월급을 못 준 적은 없어요. 하느님께서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늘 돌봐주심을 느낍니다.”


정 수녀는 아프리카에 있던 지난 20여 년간 거의 4개월 단위로 헌혈을 했다. 첫 헌혈은 심한 빈혈로 혼수상태 직전에 있던 한 여학생을 위해서였다. 케냐에는 당시만 해도 다른 사람에게서 수혈받는 걸 금기시하는 풍조가 있었는데 정 수녀에게서라면 받겠다고 해서였다. 그 뒤로 정 수녀는 산모들을 위해 항상 혈액을 비축해두려고 헌혈을 해왔다. 


정 수녀는 “검사실에서도 혈액을 못 구하면 제게 연락하기로 돼 있을 정도”였다며 “재작년에 무리한 진행으로 쓰러진 뒤 헌혈을 중단하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학구열이 높은 케냐 학생들을 돕기 위해 전교가르멜수녀회 재속회원들의 지원도 받았다. 2003년부터 재속회를 통해 모금 활동을 벌여 한 가정 돕기 운동을 해오고 있다. 정 수녀는 “학생들이 자라서 의사, 간호사, 회계사 등이 돼 함께 일하게 됐을 때 뿌듯했다”고 전했다.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데 제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가난한 이들에게 투신하는 삶을 살 수 있게 해주신 주님께 감사해요.”


이번 봉사 대상 추천도 한사코 거절했지만 결국 하느님께서 이뤄주심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지나가는 길에서 마주친 누군가가 “아플 때 도와줘서 고마웠다”는 인사를 건넬 때 큰 보람을 느낀다는 정 수녀는 상금을 이동 진료를 위한 자동차 구입에 사용하겠다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앞으로도 하느님을 기쁘게 해드리고 싶다는 입회 때 마음가짐으로 살고 싶습니다.”


제4회 마리안느·마가렛 봉사 대상 시상식은 11월 29일 전남 고흥군 주최로 마리안느·마가렛 나눔 연수원에서 개최됐다. 마리안느·마가렛 봉사 대상은 소록도에서 40여 년간 나눔과 섬김의 삶을 살았던 두 간호사의 숭고한 정신의 계승과 발전을 위해 제정됐다.


박효주 기자 phj@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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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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