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8일 사제 1466명이 “대통령의 사명을 모조리 저버린 책임을 물어 파면을 선고하자”는 내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사제들은 “무섭게 소용돌이치는 민심의 아우성을 차마 외면할 수 없어 시국선언의 대열에 동참하고자 한다”며 세상의 일에 목소리를 낸 이유를 밝혔지만 “교회는 하느님 말씀과 신앙생활에만 충실하면 되는데 왜 신부님들이 정치적인 일에 관여하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의 소리도 새어 나왔다.
한반도 평화, 이주민과 난민, 환경파괴, 사회적 참사 등 나에게, 혹은 내 이웃에게 일어나는 문제들에 대해 신앙생활과 무관하다는 이유로 침묵해야 할까? 사회교리 주간을 맞아 믿을교리와 함께 그리스도인이 따라야 할 ‘지킬 교리’가 무엇인지 알아본다.
사회교리는 산업혁명 이후 비인간적인 환경 속에서 고통받는 노동자들의 권리와 노동의 의미, 국가 역할 등을 성찰한 레오 13세 교황의 회칙 「새로운 사태」(Rerum Novarum, 1891년)로부터 시작됐다. 이후 한국교회는 2011년부터 인권 주일로 시작되는 대림 제2주간을 사회교리 주간으로 지내고 있다. 소외된 이들을 위한 관심에서 시작된 만큼 사회교리는 가정과 생명, 성(性), 정치와 경제, 사회와 문화, 노동과 인권, 평화 등 사회 모든 영역에서 신앙인이 지켜야 할 원리와 윤리 준칙, 가치관을 제시한다.
사회교리에 대한 교육은 1995년 서울대교구 사회교리학교를 시작으로 의정부교구(2011년 8월), 부산교구(2012년 4월), 대구대교구(2012년 10월)에서 이어지며 현재는 전국 대부분의 교구에서 사회교리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인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알고자 하는 신자들의 욕구가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2021년 10월 진행한 ‘포스트 팬데믹과 한국천주교회 전망에 관한 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7.2가 팬데믹 이후 ‘교회의 세상과 이웃을 위한 공적 역할 수행이 중요하다’는데 동의했다. 또한 ‘세상 속에서 가톨릭 신앙을 지닌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배우고 싶다’는 응답도 93.6에 달했다. 정치, 경제, 환경 등 일상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 그리스도인답게 살 수 있는 나침반을 찾고자 하는 신자들의 인식이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사회교리 주간을 제정한 지 13년이 지난 현재, 사회교리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 모양새다. 「세상의 빛」을 펴낸 이기우 신부(요한 사도, 서울대교구 성사전담사제)는 “한국교회는 다른 분야에 비해 사회교리 분야가 중요성에 비해 인식 수준과 보급률이 낮다”며 “평신도를 비롯해 평신도를 가르치는 교리교사, 사목위원, 성직자 등이 사회교리를 잘 알고 확산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회교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교회와 세상을 이분법적 보는 시각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하성용(유스티노) 신부는 “사회교리의 ‘사회’라는 단어가 주는 진영 다툼, 혹은 정치적 논쟁이라는 인식이 사회교리에 대해 어렵게 생각하는 이유가 된다고 본다”며 “사회교리는 모두가 잘 살기 위해 더 많이 가진 이들이 희생하고 양보해야 한다는 교회의 기본적 가르침, 즉 사랑과 자비의 실천임을 기억하고 세상 안에서 이를 실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