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철씨가 전남 신안군 하의도에 설치한 천사 조각상.
전국 성당·성지 곳곳 조각품 설치
피해 교구들 현황 파악 나서
프랑스 파리7대학 교수 허위 경력을 내세웠던 최영철(바오로)씨가 제작한 조각 작품이 전국 여러 곳의 성당과 성지에 설치된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교회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수원교구는 교구 내 설치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작품은 정자동주교좌성당 ‘12사도 목각부조상’, 경기 안성 미리내성지 ‘성 김대건 신부 기념 성당’ 아래 ‘피에타상’과 길이 25m의 227위 성인 복자 부조, 안성 죽산성지 십자가의 길 14처, 포일성당 성모동산 성모상과 십자가의 길 14처다. 북수동성당에 설치됐던 십자가의 길 작품은 철거된 것으로 확인됐다.
교구는 실태 파악이 끝나면 후속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서울대교구에는 대치동성당·목4동성당에 그의 작품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치동성당의 ‘그리스도의 만찬’은 1983년 작품으로, 가로 5m·높이 3m의 대형 부조다. 목4동성당에는 두께 20㎝, 폭 4.5m의 ‘십자가의 길 14처’가 2017년 설치됐다.
서울대교구는 기존에 확보한 도록을 중심으로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교구는 2016년 무렵 성당 내 성미술품 전산화 작업을 추진했고, 2021년 교회미술품 목록화위원회를 구성해 약 1년간 성당에 설치된 미술품을 도록화했다. 이때 작업을 마친 교회 미술품은 4620여 점에 달한다. 최씨 작품도 포함돼 있다. 서울대교구는 조만간 실사를 통해 도록에 수록된 작품의 진위와 함께 최씨 작품이 추가로 더 있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문제 작품 철거 여부는 이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대구지방법원 형사12부는 2월 20일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최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판결문을 보면 1953년생인 최씨는 조각을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10대 초반부터 서울 중구 신당동의 철공소·목공소 등에서 일했고, 20~40대에는 상습 사기죄 등으로 여러 차례 복역했다. 교도소에서 검정고시로 고교 졸업 학력을 취득했으며, 1992년 프랑스 파리7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라고 했던 때엔 청송교도소에 수감 중이었다.
하지만 최씨는 그동안 6·25전쟁 고아로 이탈리아의 한 예술가 가정에 입양돼 프랑스 파리 ‘에콜 데 보자르’를 졸업한 후 프랑스·독일·이탈리아에서 조각을 배웠고, 파리에서 대학교수를 지냈다는 허위 경력을 내세워 다수의 작품을 수주했다. 2019년 전남 신안군 하의도에 천사 조각상 318점을 설치했고, 2022년 경북 청도군에 2억 9700만 원에 작품 20점을 팔기도 했다. 강원 영월군에는 종교미술박물관(현재 휴관)을 만들어 운영했다. 그러다 경북도 감사에서 적발돼 사기 행각이 드러났다.
이상도 선임기자 raelly1@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