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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핵발전소와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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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석 신부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고는 인류에게 핵발전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같은 해 11월 일본 센다이교구에서 개최된 제17회 한일주교 교류모임에서 일본 주교단은 한국 주교단의 지지와 함께 “하느님의 피조물인 모든 생명과 자연을 지키고 후손에게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환경을 전해 줄 책임을 위해 핵발전소를 폐지해야 한다”는 탈핵 성명을 발표했다.

2013년 한국 천주교 주교단은 “핵발전이 우리나라와 세계의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며, 미래 세대에게 재앙을 물려준다”는 우려에 깊이 공감하며, 교회 가르침에 따라 이 문제를 생각하고 한국 사회와 국민이 선택해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핵기술과 교회의 가르침 - 핵발전에 대한 한국 천주교회의 성찰」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핵발전의 문제는 이해득실에 따른 정책적 타협이나 강요된 희생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깊은 성찰을 바탕으로 절제와 희생을 포함하는 각자의 결단을 통해서만 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하였다.(「핵기술과 교회의 가르침」 중)

핵발전 정책은 비밀주의·전문가주의·관료주의·성장주의의 특징을 갖기에 기획 단계에서부터 부지선정·건설·운영·폐기물 처리 과정에 이르기까지 비민주적이고 폭력적이다. 또 인근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수많은 시민에게 감당할 수 없는 부담과 위험을 안겨준다.

전력 생산 단가가 저렴하다는 점과 한국 핵발전소는 일본과 달리 안전하다는 주장은 아전인수격일 뿐이다. 전 세계 핵발전 단가는 이미 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보다도 높은 것이 현실이다. 핵발전소는 수도권에서 먼 해안 지역에 있다. 정말로 안전하다면 서해안이 있고, 수량이 풍부한 한강이 위치한 수도권에 건설하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왜 가장 많은 인구와 전력사용량이 가장 많은 수도권에서 먼 곳에 핵발전소를 건설하는가? 높이 100m, 아파트 30층 이상 높이 송전탑과 고압송전선로가 국토를 가르며 지나는 곳곳마다 왜 많은 주민이 고통으로 내몰리는가? 50년의 세월을 희생당했던 핵발전소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왜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독성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부담을 떠넘기는가?

기후위기의 책임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지만, 그 책임의 크기와 무게는 각기 다르다.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주체와 이를 통해 이익을 얻으며 권력을 유지하는 이들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 그러나 가장 먼저,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는 여전히 힘없는 이들의 몫이다. 그러기에 죄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을 강요한다. 이 모든 것은 하느님 뜻을 거스른 죄이기에 회개가 필요하다.(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 8항)

요한 세례자를 찾은 군중이 “저희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고 묻자 요한은 힘없는 이들의 것을 빼앗지 말라고 한다.(루카 3,1-18) 요한 세례자처럼 정부와 핵산업계를 향해 우리가 탈핵을 외쳐야 하는 이유다. 탈핵은 악을 거부하고, 시민들의 권리를 되찾는 민주주의의 과정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3월 15일 세상을 향해 탈핵을 외치러 광장으로 간다.



양기석 신부

천주교창조보전연대 상임대표 / 수원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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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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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사탕2025.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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