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자리 입소자 80% 경계선 지능
마음자리에서 미혼모들이 함께 생활하는 공동 거실 풍경.
한 미혼모가 자신과 아들을 그린 그림.
비장애인보다 자립에 많은 시간 필요
지자체와 입소 기간 협의 등 변화 대비
“제가 한 손밖에 쓸 수 없어 두 손으로 마음껏 안아줄 수 있는 부모 아래 크길 바랐어요.”(지적장애 미혼모 A씨)
“모유 수유를 위한 알람이나 아기 울음 소리를 잘 듣지 못해 다른 엄마들이 도와주고 있어요.”(청각장애 미혼모 B씨)
편측마비에 지적장애가 있는 미혼모 A씨는 양육을 포기하고 아기를 입양보낼 수밖에 없었다. 반면 청각장애를 가진 미혼모 B씨는 다른 미혼모들과 손짓으로 소통하며 육아를 배워나가고 있다.
최근 지적·지체 장애인, 경계선 지능인, 정신질환자 등 가톨릭 미혼부모기관을 찾는 부모들의 유형이 다양해지면서 기관들도 이들의 상황에 맞는 자립 대책 마련에 더욱 힘을 기울이고 있다.
마음자리 기관장 윤해경(예수성심전교수녀회) 수녀는 “종합심리검사에 대한 국고보조금이 2020년 초부터 지급되면서 이들의 상황이 이전보다 수면 위로 드러났다”며 “미혼부모기관장 간담회 등을 통해 서로의 사례와 대처를 공유하며 새로운 상황에 적극 대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음자리의 경우 입소자 가운데 80가 경계선 지능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능지수(IQ)가 71~84 수준으로, 지적 장애는 아니지만 일상과 사회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다. 또 다른 미혼부모기관인 생명터에도 경계선 지능인이 점점 늘고 있고, 정원 열 세대 중 평균 두 가정의 엄마가 지적장애 등급이다.
여전히 우리 사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장애를 지닌 미혼부모가 어려움을 겪다 아이를 입양보내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에 가톨릭 미혼부모기관들은 환경에 맞춰 직원 대상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을 펼치고, 자립에 많은 시간이 필요한 미혼부모를 위해 지자체와 입소 기간을 협의 중이다. 생명터 노미진(엘리사벳) 관장은 “사회·문화적 경험이 더 필요한 경계선 지능인 부모들을 위해 문화체험탐방, 동아리·봉사활동, 진로체험의 기회도 마련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를 위해선 장애 관련 전문 인력도 절실하다. 그럼에도 교회 정신으로 운영하는 미혼부모기관으로서 부모들이 아이들을 입양하기 전에 출산과 더불어 그에 맞는 자립을 이뤄 함께 살도록 돕고자 힘쓰는 것이다.
대구 가톨릭 푸름터 이윤숙(레지나) 관장은 “조금 다르다고 해서 이들이 좋은 엄마가 될 수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소중한 생명을 지키도록 돕는 것 또한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마음자리에서 출산한 지적장애인 C씨는 아기를 입양원에 보냈다. 그러나 밤새 아기 울음소리가 귀에 맴돌아 결국 아기를 데려왔다. 이후 행정복지센터 도움으로 매일 두 시간씩 재활용 쓰레기 정리하는 일자리를 구하며 자립했고, 아이가 어느새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됐다.
윤해경 수녀는 “당연한 말이지만, 누가 봐도 어려운 사정에 있는 가정도 이웃의 관심과 기도로 일어설 수 있다”면서 “조금만 손을 내밀어 준다면 이들 가정도 우리 모두의 며느리, 손주로 자라도록 함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