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선한 정국을 틈타, 국회가 발달장애인과 그 부모들의 의견도 수렴하지 않고 몰래 통과시킨 이 법안은 절차적으로도 하자가 있으며, 교묘한 수단으로 중증 발달장애인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장애인 고려장법’입니다.”
사단법인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 부모회(회장 김현아 딤프나, 이하 부모회)가 국회에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 및 주거전환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하 자립지원법안) 폐지를 촉구하는 국민동의청원을 제기하고 교회 안팎 시민들의 동의를 구하고 있다. 부모회는 “자립지원법안은 ‘탈시설’을 ‘자립지원’으로 용어만 바꿨을 뿐 그 내용은 부모회가 결사반대해 온 거주시설 장애인에 대한 탈시설법”이라고 역설했다.
부모회는 지난 4년간 정부와 국회의 탈시설 정책·법안에 반대하며 중증 발달장애인을 위한 장애인 거주시설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으나, 국회는 올해 2월 27일 공청회도 없이 자립지원법안을 기습 통과시켰다. 장애인복지법에 명시된 “국가 및 지자체는 장애인 정책의 결정과 그 실시에 있어서 장애인 및 장애인의 부모, 배우자, 그밖에 장애인을 보호하는 자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5조)는 원칙을 어기는 행위다.
부모회는 입장문을 통해 “현재 거주시설 장애인 중 탈시설을 원하는 사람도, 재가 장애인 중 지원주택을 원하는 사람도 없다”며 “발달장애인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신규 시설 확충, 그로써 입소 대기자들이 시설에 들어올 수 있게 지원해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장애인 거주시설에는 전문 인력이 상주해 장애인들을 24시간 돌보고 수시로 외부활동, 시설 내 다양한 활동·프로그램으로 안전한 자립생활을 보장한다.
또 “이 현실을 외면한 채 거주시설 장애인들에게 탈시설을 부추기고, 강제로 지원주택에 입주시키려는 시도는 ‘발달장애인법’이 보장하는 ‘발달장애인의 주거지 결정권을 비롯한 자기결정권’(제8조)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립지원법안은 시설에서 안정된 생활을 하는 장애인들을 강제로 탈시설시켜 이들의 주거를 불안하게 하고, 각종 비용을 추가 지출하게 해 장애인과 그 보호자에게 심리·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김현아 대표는 “자립지원법안에서 말하는 ▲‘장애인주택의 제공’은 임의규정이므로 탈시설 장애인들은 주택에 들어갈 비용을 스스로 마련해야 하고 ▲‘주거생활 서비스 비용 지원’도 임의규정이라 탈시설 장애인이 활동보조인 비용도 자부담해야 하고 ▲무연고 장애인 경우 재산 관리를 누가 담당할지 여부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수많은 기구 인력 절차 등으로 불필요한 비용만 발생시키는 백해무익한 법”이라며 “그 비용을 신규 시설 설치와 시설 기능 보강에 사용하게 되면 수많은 입소 대기자의 염원도 이뤄지고 거주시설 장애인들의 환경도 대폭 개선될 것”이라고 전했다.
자립지원법안 폐지 촉구 국민동의청원 동의 기간은 4월 9일까지며, 현재(3월 30일 오후 10시 기준)까지 동의 수 5만3000여 명에 육박하고 있다. 김 대표는 “청원의 최소 요건은 달성했으나 소관위원회 심사, 본회의 심의·의결이라는 큰 산을 넘으려면 동의 종료일까지 더 많은 동의가 필요하다”며 많은 동참을 부탁했다.
※자립지원법안 폐지 촉구 국민동의청원 링크: https://petitions.assembly.go.kr/proceed/registered/2BDC08A40E3D0EBAE064B49691C6967B
박주현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