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의 아기를 유산으로 떠나보낸 후 귀하게 얻은 재원이를, 제 건강 때문에 칠삭둥이로 태어나 아프게 해 미안할 뿐이에요.”
엄마 하즈드마(28·몽골) 씨는 보통 신생아 몸무게의 1/4인 790g으로 태어나 눈도 제대로 못 뜨는 초극소저체중아 재원이(김재원·남·몽골명 에르헤스)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재원이는 미숙한 폐로 인해 호흡곤란증후군이 와 출생 직후부터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다. 황달이 나타나는 과빌리루빈혈증도 있어 심한 경우 뇌 손상까지 걱정돼 집중 치료 중이다.
초극소저체중이기에 저체온이나 고체온증에 쉽게 빠지며, 무호흡도 발생할 위험이 커 재원이는 계속 인큐베이터에 있다. 장이 덜 발달 돼 입으로 무엇을 삼킬 수가 없어 위까지 연결된 튜브로 힘겹게 영양을 공급받고 있다. 몸무게가 최소 2.0kg은 돼야 퇴원이 가능해 3개월 정도는 병원에 있어야 한다. 하지만 재원이가 생후 50여 일 된 현재 병원비는 벌써 약 1억5000만 원이다.
임신 중 고혈압과 단백뇨로 인한 합병증인 심각한 임신중독증 진단을 받은 엄마 하즈드마 씨는 2월 5일 임신 25주 4일 만에 응급 제왕절개로 재원이를 낳았다. 모유가 나오지 않아, 입으로 먹지 못하는 아기더라도 젖 물려보는 시늉 한 번 하지 못했다. 아픈 몸을 이끌고서라도 엄마는 어떻게든 일해서 병원비를 보태고 싶지만, 당장 약 먹으며 검사도 받아야 하는 산모 자신의 건강부터 챙겨야 하는 상황이다.
“아내가 응급 제왕절개를 할 때 엄마와 아기 둘 다 죽을 수도 있다는 말에 너무 충격을 받아서, 아기를 포기야 한다는 줄 알고 정말 아찔했어요. 재원이가 이렇게 살아 있어 주는 것만도 감사해요.”
한국어가 유창한 아빠 촐몸(33·몽골) 씨는 2017년 몽골에서 만난 아내를 결혼을 위해 한국으로 부르고 훗날 태어난 재원이의 한글 이름도 짓는 등 한국에 정들이고 희망을 뒀다. 지금은 이삿짐센터 일용직으로 일하면서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지만, 한국을 오가며 일했던 부친 영향으로 고등학생 때는 한국에서 2년간 유학도 했었다. 다시 몽골에서 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취업비자를 받아 한국으로 왔다가 그만 비자 연장을 하지 못했다. 월수입 180만 원은 월세 53만 원에 여러 고정비와 재원이 병원비, 몽골에 있는 양가 가족들 부양비까지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부부는 재원이를 가진 후 결혼식 없이 2024년 12월 25일 부산에서 혼인신고를 했다. 누군가에게는 성스러운 날 혹은 로맨틱한 날이지만, 바쁜 부부에게는 ‘일이 없어 혼인 신고하러 갈 수 있었던 유일한 날’이었다. 두 번의 유산과 아픈 재원이 때문에 많이 울었지만 이제는 세 식구가 다 함께 모여 웃으며 살고 싶다. 다행히 아빠 촐몸 씨가 일하는 이삿짐센터 사장의 도움으로 월세방 보증금과 병원비 일부인 360여만 원을 해결할 수 있었다.
광주이주민지원센터장 황성호(미카엘)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희년에 더욱 이웃에게 희망을 주는 사랑을 실천할 것을 권고하셨다”며 “그 희망이 재원이 가족 안에서도 피어나길 간절히 소망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