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와 개신교, 불교 등 3대 종교가 4월 9일 서울 장교동 한화 본사 앞에서 거제통영고성(이하 거통고) 조선하청지회 노동자들의 고공농성 해결을 사측에 촉구하는 기도회를 열었다.
3대 종교 지도자들은 입장문에서 “노동자의 고통은 곧 우리 사회 전체의 고통과 다름없다”며 “인간을 단순한 노동력으로만 여기는 구조, 비용절감을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는 기업의 태도가 더 방치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책임 있는 당사자들이 즉시 대화에 나서야 하며,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가 더 이상 유린당하지 않도록 사회적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정부 또한 조정자의 책임을 다해 이 사태가 장기화되지 않도록 나서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기도회는 개신교, 불교, 천주교 순으로 진행됐다. 천주교 대표로 참가한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김시몬(시몬) 신부는 기도 후 발언에서 “거제, 통영 등 일터에 있어야 할 사람들이 서울 도심 한복판의 저 높은 고공에 올라가 있는 것은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하고 정당한 보수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간절한 요청”이라며 “우리 사회가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고 힘을 보태자”고 제안했다.
성직자들은 기도회가 끝나고 3대 종교의 요구를 담은 요청서를 사측 관계자에게 직접 전달했다.
거통고 조선하청지회를 비롯한 한화오션 사내 협력업체 노조들은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과 임금 인상, 성과급 회복, 상용직 확대 등을 요구하며 본사가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노조 측은 노동자들이 최저 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으며 월 300시간이 넘는 고위험 노동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원청인 한화오션 측이 2016년 이후 상여금을 대폭 삭감하고, 정작 노조와의 협상은 협력업체에 미루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2024년 말까지 이어온 노·사 간 단체교섭이 결렬되면서, 조선하청지회 김형수 지부장은 지난 3월부터 본사 앞 높이 30m에 달하는 CCTV 철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기도회가 열린 날도 철탑에 올라 있던 김형수 지부장은 3대 종교에 고마움을 표했다. 김 지부장은 “하청 노동자들은 자신의 생명을 스스로 지키지 못하는 위험한 현장에서 일하면서도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고, 차별을 없애기 위해 목소리를 냈지만 사측은 번번이 우리의 요구를 외면했다”며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현장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함께해 주시면 고맙겠다”고 전했다.
기도회에는 천주교 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회와사회위원회,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와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함께했다.
이형준 기자 june@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