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에게 나눌 커피를 만드는 제가 자랑스러워요.”
지적 발달 장애를 지닌 전경순(로사·50·수원교구 율전동본당) 씨에게는 특별한 부업이 있다. 바로 찾아가는 푸드트럭 ‘바다의 별다방’의 대표 바리스타로 활동하는 일이다. 전 씨는 ‘바다의 별다방’을 떠올릴 때마다 커피와 먹거리를 나눌 생각으로 얼굴에 절로 미소가 번진다.
‘바다의 별다방’은 사단법인 경기도장애인복지시설연합회의 재활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장애인거주시설 ‘바다의 별’이 운영하는 순환 나눔 사업이다. 이 사업을 통해 ‘바다의 별’에 함께하는 장애인들이 소외된 이들을 찾아 나눔을 실천하고, 또 지역사회를 찾아 빵과 음료를 판매하면서 장애인 인식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
“지금도 커피를 만들 때는 떨려요. 혹시 맛이 없을까봐요.”
‘심한 장애’에 해당하는 전 씨에게 푸드트럭 바리스타는 큰 도전이었다. 처음에는 만들 수 있는 음식도 적었고, 특히 뜨거운 음료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전 씨는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바리스타 교육을 받으면서 노력했다. 그 결과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는 물론이고 카페 라떼, 고구마 라떼, 딸기 라떼에 핫도그까지 다양한 음식을 만들게 됐고, 벌써 6년째 ‘바다의 별다방’에서 활동하고 있다.
전 씨가 이렇게 열심히 활동하는 이유는, 자신이 좋아하는 ‘맛있는 커피’를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서다.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커피를 나누는 것이 전 씨의 큰 기쁨이다. 게다가 지역사회에서 판매를 하면 전 씨에게 수익금이 돌아온다. 덕분에 가족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립기금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전 씨는 판매보다 지역아동센터를 비롯해 장애인, 노숙인 등을 위한 기관 등을 찾아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는 것을 좋아한다. 전 씨는 “커피를 늘 먹는 사람보다 자주 먹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싶다”며 “나눌 때가 더 행복하다”며 밝게 웃었다.
전 씨는 ‘바다의 별다방’을 찾은 손님들에게 직접 음식을 전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를 통해 사람들 사이에서 밝게 웃고 어울리면서 장애에 대한 선입견을 걷어낸다. 작년에는 발달장애인 인권강사 양성과정을 이수하고, 초등학교 등을 찾아 인권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전 씨는 “글을 읽는 것은 어렵지만 이야기하는 것은 자신 있다”며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자랑스러운 내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전 씨는 앞으로도 ‘바다의 별다방’을 통해 음식을 나누고,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지역사회에서 자립을 향해 꾸준히 나아갈 계획이다.
“저도 힘들 때 커피를 한 잔 마시면 개운하고 행복해요. 제가 만든 커피를 마시는 분들도 그랬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