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 우크라이나를 폭격해 200명에 가까운 사상자가 발생한 것에 대해 정치·종교계가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정교회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성스러운 위업’으로 내세우고 있음에도 그리스도교·유다교 기념일에 공격을 이어간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앞서 러시아는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이던 13일 우크라이나의 북동부 도시 수미를 폭격했다. 이 공격으로 어린이 2명을 포함해 34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119명이 부상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 감행된 공격에 우크라이나 종교계는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종교 지도자 단체인 우크라이나종교협의회(The Ukrainian Council of Churches and Religious Organization, UCCRO)는 폭격 당일 공개한 성명에서 “폭격이 이뤄진 13일은 그리스도교에서 주님의 부활을 축하하기 전에 맞는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일 뿐만 아니라 유다교 최대 명절인 유월절 기간이었다”며 “스스로 그리스도교 국가를 자처하는 러시아에서 모든 종교인의 축제 기간에 드론과 미사일로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 그리스 가톨릭교회 수장 스비아토슬라프 셰브추크 상급 대주교도 같은 날 공개한 성명에서 러시아의 공격을 비판하며 “우리가 생명의 축제를 축하할 때 러시아는 우리에게 죽음의 축제를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셰브추크 대주교는 “평화롭게 기념일을 즐기던 사람들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은 반인륜적인 범죄와 다를 바 없다”며 “부활에 대한 우리의 믿음이 오늘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이들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고 기도했다.
각국 정상들 역시 비난 행렬에 동참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케이어 스타머 영국 총리 등 각국 지도자들은 메시지를 내고 “평화의 날인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 공격을 감행한 러시아에 어떠한 정당성도 부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볼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러시아의 정당치 못한 공격에 전 세계가 침묵하거나 무관심해서는 안 된다”며 “미국의 휴전 제안마저 무시하는 러시아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모두의 관심과 행동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