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코프병을 앓고 있는 조여행씨의 아들이 침대 옆 바닥에 누워 있다. 조씨는 아들이 소변을 보면 지쳐서 쓰러져 자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선망증이 생겨 ‘사람을 죽인다’고 하기도 하고 ‘옆집에 불이 났다’고도 해요. 그렇게 이상한 말을 자꾸 해요. 약을 먹고 자다가도 일어나 ‘죽을 것 같아’ 그러고요. 소변을 한 번 보면 너무 지쳐서 쓰러져 자요. 그러다 일어나면 또 엉뚱한 짓을 하기도 해요.”
서울 연남동 한 주택가 3층. 문을 두드려도 한참 반응이 없었다. 뒤늦게 문을 연 조여행(소화 데레사, 74)씨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소변을 본 아들을 눕히고 주변을 치우느라 늦었다고 했다.
이 집에는 환자가 두 명 있다. 남편 변광섭(스테파노, 78)씨는 혈압과 당뇨를 앓고 있으며, 다리 통증 때문에 혼자선 걷기도 어렵다. 심장도 좋지 않아 스텐트 시술을 여러 차례 받았으며, 신장 기능도 저하돼 곧 투석해야 한다.
또 다른 환자는 44살 아들. 지난해 초부터 시름시름 앓기 시작하더니 상태가 갈수록 악화됐다.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이 내린 병명은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Creutzfeldt-Jakob Disease, CJD)’. 흔히 야코프병이라 부르는 이 질환은 희귀한 퇴행성 신경성 질환이다. 치매로 인한 기억력 감퇴·인격변화·환각증상·언어능력 저하 등이 대표적 증상이다. 아직까지 뚜렷한 치료법이 없어 발병하면 대부분 사망에 이른다.
이런 가족을 돌보는 조씨 본인의 건강도 좋지 않다. 과거 서울 동교동 가톨릭 청년회관에서 6년간 미화원 일을 하다가 건강 악화로 퇴직했다. 지금도 허리협착증과 좌골 신경통으로 왼쪽 다리가 붓고 저려 고통을 겪고 있다.
혼자 병든 남편과 아들을 돌보다 보니 경제사정도 악화되고 있다. 수입은 주택을 담보로 주택금융공사에서 나오는 주택연금과 노령연금을 합쳐 월 150만 원 남짓. 빠듯한 살림에 병원에 한 번 다녀오기만 해도 적자다.
그는 성당 자모회 회장을 맡기도 했고, 레지오 마리애 단원으로 오래 활동하면서 이웃을 돌보는 데 앞장섰다. 그래서일까, 자신의 아픈 사정을 남에게 말하는 것도 조심스러워했다.
하지만 그는 어떤 어려움이 이어져도 남편과 아들을 돌볼 생각이다. “성당 교우들이 ‘길게 생각해라’고 조언해줬지만, ‘지금은 아픈 식구를 요양원에 못 보내겠다’고 했어요. 내 남편이고, 내 아들인데?.”
하지만 점점 힘에 부치는 건 사실이다. 조씨는 매일 자신보다 몸집이 큰 남자 2명을 일으켜 씻기고 돌봐야 한다. 더구나 퇴행성 질환을 앓는 아들의 상태가 갈수록 나빠지면서 대소변 처리까지 도맡게 됐다.
“끝까지 돌봐야죠. 지금은 씻기는 게 가장 힘들어요. 자동으로 높낮이를 조절하고 등받이를 세울 수 있는 의료용 침대가 있으면 정말 좋겠어요.”
이상도 선임기자 raelly1@cpbc.co.kr
후견인: 서울대교구 서교동본당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 총무 김장훈(알로이시오)
“자매님은 본당에서 교우들과 오랫동안 신심을 키워왔습니다. 어려움 속에도 남을 돌보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분입니다. 자매님이 힘든 상황을 이겨낼 수 있도록 가톨릭평화신문 독자 여러분의 많은 후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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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여행 자매에게 도움을 주실 독자는 5월 11일부터 5월 17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503)에게 문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