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콘클라베가 7일(현지 시각) 바티칸 시스티나 경당에서 시작됐다. 이날 첫 번째 투표 결과를 알리는 검은 연기가 로마 시각 오후 9시경(한국 시각 8일 새벽 4시경) 굴뚝에서 피어올랐다. 검은 연기는 교황이 선출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성 베드로 광장에는 수천 명의 신자와 관광객들이 운집해 숨죽인 채 굴뚝을 바라봤다. 굴뚝에서 어둡고 짙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자 짧은 탄성과 함께 차분히 다음 투표를 기다리는 모습으로 돌아갔다. 묵주를 손에 든 신자들은 광장을 지키며 새 교황의 탄생을 기도했다.
앞서 이날 오전, 전 세계에서 모인 133명의 추기경은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교황 선출을 위한 거룩한 미사를 봉헌한 뒤, 시스티나 경당으로 이동해 ‘오소서, 성령님’(Veni Creator) 성가를 부르며 콘클라베에 돌입했다. 이후 추기경들은 복음서에 손을 얹고 “하느님께서 저를 도우시고, 내가 손을 얹고 있는 이 거룩한 하느님의 복음서가 저를 도우소서”라고 선서하며 비밀 엄수 서약을 했다.
첫 번째 투표는 이날 오후 5시 46분경(현지 시각) 시스티나 경당 문이 닫힌 후 시작됐다. 콘클라베 첫날 한 차례 투표한 추기경들은 다음 날 오전과 오후 각각 두 차례씩 총 4번 투표한다.
콘클라베는 교황령 「주님의 양 떼」 제66조에 따라, 추기경 각자가 적합하다고 판단하는 인물의 이름을 라틴어로 기재한 후, “나를 심판하실 주 그리스도를 증인으로 삼아 나는 하느님 앞에서 당선되어야 한다고 판단하는 사람을 선거합니다”라고 선서한 뒤 투표함에 넣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선출자는 전체 투표의 3분의 2 이상(89명) 득표해야 하며, 투표 결과는 계표 후 즉시 소각한다.
새 교황이 선출되면 흰 연기가 굴뚝에서 피어오른다. 수석 추기경은 당선자에게 동의를 구하고, 그가 선택한 이름을 기록한다. 1시간 후 새 교황은 ‘눈물의 방’이라 불리는 제의실에서 흰색 수단을 입고 모습을 드러내며, 성 베드로 대성전 발코니에 등장해 “하베무스 파팜”(라틴어로 ‘우리는 교황을 얻었다’는 뜻) 선언과 함께 로마와 전 세계에 축복을 내린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