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석씨가 신장 이식 후 갑작스러운 대상포진으로 응급실에 입원 중인 캄보디아 출신 아내와 영상통화를 하고 있다. 왼쪽은 아내에게 신장을 이식해준 처남.
수술 받은 아내 대상포진으로 다시 입원
김재석(59, 가명)씨는 살면서 단 한 번도 두 발로 걸어본 적이 없다. 생후 한 달 만에 소아마비가 온 까닭이다. 의료 지식이 없던 시골 농사꾼 부모의 방치로 그는 평생 중증 장애를 안고 살게 됐다.
학교에 제대로 가보지도 못한 채 집에서 누워만 지내던 김씨. 서울로 올라와 손만 써도 되는 공예 산업 일자리를 구한 그는 11년 전 캄보디아 출신 아내 손미나(가명, 42)씨를 만나 결혼했다. 5년 뒤 아들 성민(6, 가명)군을 낳은 김씨는 처음으로 ‘인생이 행복하다’고 느꼈다.
그러나 기쁜 나날은 오래가지 않았다. 불경기로 공예 산업이 위축돼 일자리를 잃은 데다, 아내 미나씨의 건강 검진 결과가 충격으로 다가왔다. 신장 기능이 10도 채 안 된다는 경고와 함께 당장 투석과 이식이 필요하다는 진단이었다.
그 소식을 들은 처남 카운뜨런씨가 급히 캄보디아에서 한국으로 와 신장을 기증했다. 그러나 외국인인 탓에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없어 수술비가 많이 나왔다. 2000만 원이 훌쩍 넘는 비용은 별다른 소득 없는 장애인인 김씨로선 감당할 수 없는 액수다. 생활비를 구하느라 이미 가족과 친척 모두에게 빚을 진 상태다.
게다가 이식 수술 후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온 아내는 곧 온몸이 미친 듯이 아프다며 비명을 질렀다. 김씨는 배에 복대를 두르고 비틀거리는 처남과 함께 겨우 아내를 부축해 병원에 갔다. 대상포진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빈 병실이 없어 자리가 날 때까지 응급실에 머물러야 한다고 했다.
아내가 입원한 응급실에선 병원식이 나오지 않는다. 이에 남편 김씨는 날마다 휠체어를 타고 하루 세끼를 배달하고 있다. 대면 접촉도 안 돼 김씨는 영상통화로나마 아내 얼굴을 본다. 몸이 불편한 남편이 고생하는 모습에 미나씨는 눈물이 마를 새가 없다. 마음과 달리 몸 상태가 좀처럼 낫지 않아 발만 동동 구를 따름이다. 스마트폰 화면 너머로 흐느끼는 아내를 열심히 위로하던 김씨도 어느새 눈가가 촉촉해졌다.
장애와 어려운 경제 형편에도 긍정적이던 그는 부쩍 걱정이 많아졌다. 더는 엄마를 찾지 않고 어둡고 우울한 얼굴로 지내는 6살 아들 성민군을 볼 때마다 가슴이 무너진다. 벽에 크레파스로 삐뚤 빼뚤 쓴 ‘엄마 아빠, 사랑해요’라는 글씨를 뚫어지게 보던 김씨가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아내가 고향에 계신 아버지 임종을 못 지켜 무척 괴로워했었어요. 그래서 올해는 어떻게든 온 가족이 다 같이 캄보디아에 가려 했는데?. 몸 아픈 아내도, 신장을 기증해준 처남도 도와줄 수 없는 제 처지가 너무 괴롭고 미안합니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후견인 : 장영근(토마스) 서울대교구 제11강남지구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 회장
“빈첸시오회 회원들이 십시일반 도와 손미나씨의 시급한 수술비 일부를 해결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병원비와 수술 이후 통원 치료비가 상당히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사랑이 장애인 다문화 가정에 새로운 삶의 희망을 안겨줄 것입니다. 간곡히 도움을 요청합니다.”
성금계좌 (예금주 : 가톨릭평화방송)
국민 004-25-002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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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석씨에게 도움을 주실 독자는 18일부터 24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503)에게 문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