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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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권에 충실한 가톨릭 AI, 교회 사명 수행에 새 길 제시

[홍보 주일] 가톨릭 AI 개발자를 만나다가톨릭 AI 개발사 ‘롱비어드’ 매튜 샌더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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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튜 샌더스 롱비어드 대표가 바티칸 교황청에서 강연하고 있다. 롱비어드 제공


인공지능(AI)의 시대 흐름 속에 가톨릭교회는 이 새로운 기술이 인류를 위해 선용되도록 촉구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가톨릭 인공지능 개발사 롱비어드의 매튜 샌더스(Matthew Harvey Sanders) 대표는 제59차 홍보 주일(1일)을 맞아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자사가 개발한 생성형 AI ‘Magisterium’(교도권)은 “교회가 AI 기술을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하도록 돕고자 개발됐다”면서 새 기술 발전에 대한 철학과 비전을 전했다.

샌더스 대표는 교회에 맞는 AI 활용 사례를 고심해왔다. 그러던 중 오픈AI의 챗GPT가 출시됐다. 그는 가톨릭교회 가르침을 통찰하고자 2년 전 가톨릭 AI 프로그램 ‘Magisterium(Magisterium.com)’을 내놨다.

그럼에도 여전히 AI를 둘러싼 위험성과 효율성 논쟁은 이어지고 있다. AI의 오늘, 그리고 미래를 묻고자 샌더스 대표와 2시간 가까이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본지는 교회가 AI를 실용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안과 선용할 수 있는 대책은 무엇일지 답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통역=정태영 PD, 정리=이준태 기자



Magisterium 출범 계기가 궁금하다.

“롱비어드사는 10년 전 설립됐습니다. 교회가 기술을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하도록 돕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그 사명을 수행하는 과정 중 교황청 여러 부서, 전 세계 가톨릭 단체들과 협력했습니다. 구글 같은 회사와 기술 인프라 작업도 했죠. 최근엔 오픈 AI와도 협업했습니다. 하지만 가톨릭교회에 딱 맞는 AI 활용 사례를 찾기는 어려웠죠.

그러다 챗GPT가 등장했는데, 놀라운 점은 수많은 가톨릭 신자가 AI에 단순한 정보 문답이 아니라 신학·윤리·철학의 질문을 던진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생성형 AI가 지닌 문제점은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이 두드러져 허위 정보 생성, 답변의 출처가 불명확하다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교회는 영적 질문에 대해 교도권에 기반해 충실한 답변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AI의 환각을 줄이고 답변이 적절한 문서에 기반하도록 하는 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그 결과가 AI ‘Magisterium’입니다. 2023년 7월 출시됐고 세계 각지의 신학자들과 협력해 교리적 충실성을 검증했습니다. 초기 약 600개의 가톨릭 문헌들이 수록됐고 현재는 2만 6000개에 달합니다.”



‘교도권’이라 이름 지은 이유는 무엇인지?

“이름의 유래는 처음 공식 교리 문서를 모으고 누구나 접근할 수 있게 하는 데에서 출발했습니다. 한 교황청립 대학 총장 신부님께서 도서관을 디지털화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중동이나 동아프리카·동유럽 같은 곳에서는 로마를 방문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그래서 ‘누구나 어떤 기기에서든 모국어로 접근 가능하게 하자’는 목표로 ‘Vulgate’(롱비어드 디지털 도서관)를 만들었습니다. 이후 사업을 확장해 교회의 모든 유산·신앙 고백·철학·영성 자료 등을 통합하고 생성형 AI가 탄생한 것이죠.

이것이 앞으로도 저희 사명이 될 것입니다. 교회 가르침에 대한 접근을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하고 싶습니다. 여러 지역과 협력해 디지털화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만 교회의 통찰에 접근할 수 있고 모두 나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생성형 AI '미드저니'로 만든 이미지


이미 챗GPT·딥시크와 같이 고도화된 생성형 AI가 있는데도 굳이 가톨릭 AI를 따로 개발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중요한 질문입니다. 다른 AI 연구소들은 교리적 충실성이 아닌 기능적 향상을 목표로 합니다. 챗GPT나 구글 제미나이 같은 AI가 10번 중 9번을 맞출 순 있죠. 하지만 교회에는 10번 중 1번의 오류도 치명적입니다. 항상 교리적으로 충실한 AI가 필요하죠.

또 하나는 AI의 데이터 문제입니다. 현재 상용 AI는 웹 기반에 의해 학습되고 인터넷 커뮤니티 의견도 포함됩니다. 신뢰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죠. 그런데 아직 디지털화되지 않은 가톨릭 자료들이 많습니다. 저희는 가톨릭 문헌들을 디지털베이스화하고 있고, 디지털 도서관 플랫폼을 구축 중입니다. 결과적으로 이 AI는 다른 대형 언어 모델보다 훨씬 더 많은 가톨릭 지식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즉 다른 연구소들은 AGI(다양한 분야를 학습하고 추론하는 능력)를 목표로 할 때 저희는 충실성(fidelity)을 목표로 합니다. Magisterium은 RAG(정확하고 신뢰도 높은 응답 생성) 기술을 기반으로 합니다. 사용자의 질문에 대해 AI가 대형·입체화된 가톨릭 문서 데이터베이스를 참조하고 해당 질문에 답변을 생성합니다. 특히 근거 자료가 있을 때에만 답변하도록 설계됐습니다.”



AI는 교회와 사회의 소통 노력에 어떻게 적용될까?

“저희는 교회를 돕기 위한 것이지만 전 세계에 도움을 주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저희만 ‘신앙에 충실한 AI’를 만들고자 한다면, 그것은 인류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저희 것 말고도 다른 대형 언어모델(LLM)을 사용할 겁니다. 다른 모델들도 신앙에 충실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이를 위해 탄탄한 데이터들과 평가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보유한 데이터들을 딥마인드나 오픈AI와 협력해 그들이 최소한 기본적인 교리, 교회 가르침에 대해 충실하게 답할 수 있도록 도울 겁니다.

교회가 인공지능 개발 과정에서 중요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영역이 있습니다. 하나는 이 기술들이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대화를 촉진하는 것입니다. 노동 시장에 미칠 영향은 훨씬 클것입니다. AI가 화이트칼라(사무직) 직종을 넘어 휴머노이드 로봇이 블루칼라(생산직) 일까지 대체할 것입니다. 이 거대한 변화에 대해 사람들과 대화해야 하며 시민사회 차원에서 정직하게 논의해야 합니다. 정치인들이 미래를 준비하도록 압박할 필요도 있죠. AI 연구소 리더들도 이러한 문제를 고민하고 있지만 주주에 묶여 있어 발언권에 한계가 있습니다. 정부도 선출직 임기제로 장기적 사고가 어렵습니다.

다른 하나는 더 근본적입니다. 일론 머스크가 말한 것처럼 AI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초(超) 풍요의 시대가 온다고 가정합시다. 주거·식량 걱정이 없는 세상이죠. 여유가 생겼을 때 무엇을 해야 할까요. 가상현실(VR) 게임·포르노그래피로 도피한다면 결국 인간은 공허해집니다. 실존적 공허죠. 자살률도 오를 수 있습니다.

이에 교회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합니다. 건강한 인간관계를 회복하고 시간과 정열을 쏟는 삶의 길을 제시해야 합니다. 이런 삶을 선택하게 하기 위해 교회의 탁월한 인간 교육·지적 형성·영적 형성이 필요합니다. 교회는 인간 본성에 대한 가장 깊은 이해를 가진 곳입니다. 저는 이 AI를 통해 교회가 사명을 더욱 잘 수행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반면 AI가 악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메타의 수석 AI 과학자(부사장)인 얀 르쿤의 관점을 따르는 편입니다. ‘AI에 의한 멸종의 위험’은 대부분 범용 인공지능(AGI)나 초지능(ASI)이 인간 통제를 벗어나 인간과 대립하는 목표를 설정하고 인간이 AI에게 불편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AI가 우리를 제거하려 한다는 공포인데요. 하지만 공상과학(SF) 영화나 소설이 그런 일이 불가피하다고 말했을지는 몰라도 꼭 그렇게 되진 않을 것입니다. 어떤 인간이 궁극적 권력을 갖게 되면 우리는 그 사람을 두려워하는데, 우리는 이 공포심을 AI에 투영하고 있는 것이라 봅니다.

AGI는 아주 천천히 발전할 것입니다. 터미네이터 같은 수준에 도달하려면 기술적 난제들도 많이 해결돼야 하고요. AI 연구소들도 폐쇄적이지 않습니다. 특히 AI가 인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훈련되기에 ‘거짓말’을 이해하고 구현할 수는 있지만 현실에서 그럴 동기가 없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소수 악한 사람들이 목적에 따라 AI를 학습시키면 악용되지 않을까?

“저도 최근까지 그런 두려움이 있긴 했습니다. 소수의 정부와 대형 연구소가 세계 최고의 AI를 독점하는 것인데요. 제가 생각하는 해법은 오픈소스(공개 데이터)입니다.

오픈소스는 다양한 가치 체계에 따라 훈련된 AI가 존재할 수 있게 합니다. 사용자들은 어떤 AI가 어떻게 훈련됐는지 인식한 상태에서 자신에게 맞는 AI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기본적 안전기준은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AI가 핵무기 제조법을 알려주는 일은 없어야겠죠. 하지만 그 외에는 너무 많은 제약이 있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오픈소스 환경에서는 어떤 악의적 사용자가 AI를 잘못 사용하더라도 그것을 견제할 수 있는 또 다른 AI가 항상 존재하게 됩니다. 이 균형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가톨릭 AI가 유익할 수 있지만, 신앙은 인간이 주체가 돼야 한다. 교회를 지도하고 교리를 알려주는 사목자의 역할은 어떻게 전망할 수 있을지.

“저도 신앙생활의 주체는 인간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역설적으로 AI가 현재 필요한 도구이지만 이상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게 맞습니다. 모든 가톨릭 신자가 고품질의 지적·영적·인격적 교리를 받길 바랍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사목자가 부족하고 시간도 충분치 않습니다. 그렇기에 이런 도구들이 필요한 것이죠.

AI의 장점은 무한한 인내심과 완벽한 기억력입니다. 신자들은 질문을 반복하고 화를 내도 AI는 교회 가르침을 문헌에서 찾아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습니다.

저희도 AI가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나 상황에 대해선 ‘이 문제는 인간과 상담하는 게 좋습니다’라고 권장하고 있어요. 원칙적으로 AI보다 신부님에게 상담하는 게 좋겠지만, ‘이혼은 중죄인가’ ‘성윤리적 문제에서 중죄를 지었을 때’ 같은 사생활에 해당하는 어려움에 대해선 때로 AI가 도움될 수 있겠죠. 혹은 AI가 사목자에게 연결해주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한국 교회와 한국 신자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씀은?

“한국은 오랫동안 기술 선도국이었고, 일상에서 기술을 가장 잘 통합한 나라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너무 갇혀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한국의 목소리가 세상에 알려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희는 한국 교회와 협력해 주교회의나 서울대교구 문서나 통찰력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한국 교회가 AI와 신앙 교육 분야에 있어 동아시아 교회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주셨으면 합니다. 저희도 한국 교회를 직접 만나 의견을 듣고 배우고 이를 통해 제품을 개선해 전 세계와 공유하고 싶습니다.”

이준태 기자 ouioui@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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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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