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회장 고진철 라우렌시오)가 하느님의 종 황사영(알렉시오)의 아내인 증거자 정난주(마리아)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제주교구를 방문했다.
경기도 양주에 자리한 황사영순교순례지 성역화를 추진하고 있는 의정부교구가 제주교구와 함께 두 교구 순례길 활성화 방안을 고민하고, 부부의 영성을 배우며 부부를 가정 성화의 본보기로 삼겠다는 의지다.
의정부교구 평협 임원들과 제주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회장 이남준 요셉) 임원들은 5월 29일부터 31일까지 제주교구 ‘정난주길’ 등을 함께 순례했다.
참가자들은 ‘정난주길’의 시작점이자 정난주의 묘가 있는 서귀포 대정성지에서 제주교구장 문창우(비오) 주교의 강의를 들은 뒤 문 주교의 주례로 미사를 봉헌했다. 이튿날에는 제주시 소재 정난주성당과 용수성지 등을 방문하고 31일에는 김기량 순교기념관을 찾았다. 순례에는 제주교구 선교사목위원회 회장 김태정(베드로) 신부도 함께해 두 교구의 연대의식을 확인했다.
의정부교구 황사영순교순례지 담당 민형기(안셀모) 신부는 “(황사영의 후손들이) 200여년 만에 처가에 방문했다”고 농담을 건네며 “남편 황사영은 우리나라 북쪽 끝에, 아내 정난주는 남쪽 끝에 묻혀있다는 사실은 오늘날 우리에게 큰 가르침을 준다”고 말했다. 민 신부는 이어 “많은 신자가 이 애틋하고 아름다운 순례지들을 방문하며 부부 순교자의 신앙을 배우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여정은 한국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의 지원을 받아 양 교구 평협이 함께 기획했다. 올해 9월에는 제주교구 평협 임원들이 의정부교구 황사영순교순례지를 방문할 예정이다.
황사영은 일명 ‘황사영 백서(帛書) 사건’으로 1801년 체포돼 그해 11월 서소문 밖에서 순교했다. 아내 정난주는 이 사건으로 인해 제주도로 유배를 가 관비(官婢)로 살다가 1838년 병으로 숨을 거뒀다. 황사영은 ‘이벽 요한 세례자와 동료 132위’에 포함돼 현재 시복을 위한 예비 심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