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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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품고 청년들과 동행한 착한 목자, 주교로 부르심 받다

최광희 신임 주교 삶과 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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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의 새 보좌 주교로 임명된 최광희 신임 주교는 청년 사목·성서 사도직·문화 홍보 등 여러 분야에서 경험을 쌓아온 인물이다. 최 주교 곁에서 동고동락한 이들은 한결같이 그가 배려심 깊고, 늘 경청하는 사제라고 입을 모은다. 사제 성소의 못자리였던 서울 목5동본당 공동체에서 성소의 싹을 틔웠고, 젊은이들의 사제로 동반했다.

 


 

 

최광희 주교의 어린 시절.

 

 


복사단과 성소
전주 숲정이에서 영세 후 복사로 활동
목5동본당에서 사제의 꿈 키워 
2004년 사제품 받아 

경청과 배려의 아이콘 
학생 때부터 따뜻하고 자상 
다정다감한 성품에 늘 먼저 다가가 
청년들과 활발한 대화 통해 소통·사목 

청년·성경·문화홍보 사도직 분야에서  
7년간 성서모임 청년들과 동행 
문화홍보국장 역할 충실히 
다양한 경험 갖춘 사목자 





“먹이고 재우고 입혔을 뿐입니다. 돌이켜보면 신학교와 교구·교회가 사람을 키운 것이지 제가 아버지로서 어떤 영향을 끼친 것은 없습니다. 교회 어른들이 잘 지도해주셨지요. 성당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삶 안에서 사제로 길러진 것입니다.”

최광희 주교의 아버지 최동준(보나벤투라, 77)씨는 아들의 주교 임명 소식에 “축하 인사를 받아도 제가 한 일이 없어 송구스러울 따름”이라며 말을 아꼈다.

최 주교는 1977년 1남 1녀 중 장남으로 서울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직장 관계로 초등학교 3학년 때 전주교구 숲정이성당에서 세례를 받고 첫영성체를 한 뒤 복사단 활동으로 신앙을 키웠다. 이듬해 인천으로 이주했다가 초등학교 5학년 때 다시 서울로 돌아와 목5동에 정착했다.

최 주교에게 목5동본당은 성소의 뿌리이자 신앙의 터전이었다. 초대 주임 고 박노헌 신부의 영향을 받아 사제 성소의 꿈을 키웠고, 고등학교 진학 후 예비 신학생 모임에 참여했다.
 

 

 

2002년 3월, 시종직 후 청년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최광희 신학생.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제공

 

1999년 강원도 고성에서 군 생활 시절.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제공

 


 

 

2004년 7월 2일 사제서품식 후 아버지(최동준 보나벤투라)와 어머니(이연복 데레사), 여동생(최현주 엘리사벳)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제공

 


아버지 최씨는 “유년 시절부터 어른스럽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고 했다. 그는 아들을 산과 바다에 자주 데려갔다. 최씨는 “다섯 살 무렵 동해안에 눈이 내려 버스를 타고 무작정 경포대 백사장을 찾아가 아이를 풀어놨는데, 모래가 아닌 눈으로 덮인 해변에서 바다를 향해 두 팔을 벌리고 뛰어가던 아들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에는 미국에 거주하던 큰아버지와 함께 미국 동서부 공원을 여행했고, 중학교 3학년 때에는 어머니 이연복(아기 예수의 데레사, 72)씨와 함께 유럽 배낭여행을 했다. 어린 시절의 이러한 경험은 그의 시야를 넓히고 감수성을 키우는 계기가 되었다. 아버지는 “드넓은 대자연을 직접 보고 경험한 일들이 사제성소를 선택하는 데 분명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주교는 2004년 7월 2일 사제품을 받았으며, 수품 성구로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탈출 3,12)를 택했다. 그는 수품 성구처럼 항상 경청하는 자세로 신자들에게 다가갔고, 배려는 그의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2004년 7월 2일 사제품을 받은 후 출신 본당인 목5동성당에서 첫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제공

 

2004년 7월 2일 사제품을 받은 최광희 신부.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제공

 


목5동본당 출신 후배 사제로 함께 생활한 박민우(교구 사목국 노인사목팀 담당) 신부는 “중고등부 시절부터 지금까지 늘 한결같이 따뜻하고 자상한 모습이었다”며 “훤칠한 인물에 다정다감한 성격으로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가 많았다”고 밝혔다. 이어 “고민이 있을 때마다 가장 먼저 전화하던 든든한 선배였는데, 앞으로도 특히 젊은 사제들의 마음을 잘 읽어주시는 사제들의 아버지(주교)가 되어주시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사제수품 동기인 은성제(교구 청소년국 가톨릭청소년이동쉼터 서울A지T 소장) 신부는 “최 주교님은 저와 청소년·청년 사목관에 있어 비슷한 점이 많아 대화도 많이 나눴는데, 늘 청년들과의 면담 스케줄이 꽉 차 있었을 정도로 젊은이들과 동반해온 분”이라며 “사목하다 보면화가 날 수 있는 일이 생겨도 인내심이 얼마나 깊은지 청년들 사이 ‘배려의 아이콘’으로 불렸다”고 전했다.

21년간 사제생활 중 최 주교가 가장 오래 몸담은 곳은 가톨릭청년성서모임이었다.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성서신학 석사학위를 받고 귀국한 최 주교는 7년 동안 성서모임 청년들에게 말씀의 힘을 전하는 데 열정을 쏟았고, 젊은이들이 성경 그룹공부와 연수를 통해 느끼는 하느님 체험의 감동에 동반하며 성서 사도직 활성화에 헌신했다. 2020년에는 세계 각지에 사는 한인과 교포 청년들을 위한 첫 영문판 성경 공부용 교재도 출간하기도 했다.

가톨릭청년성서모임에서 찬양부 활동을 했던 고수민(클라라, 37)씨는 “연습 때 찾아와 불편한 점은 없는지 물어봐 주기도 하고, 고충이 있을 때엔 면담을 통해 들어주는 사제셨다”며 “늘 사려 깊고 청년들을 잘 챙겨주신 신부님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가톨릭청년성서모임 미사 중 성체가 쏟아졌는데, 한치의 망설임 없이 휴지로 먼지 섞인 성체를 다 모은 후 주저하지 않고 받아 모셔 곁에 있던 사제들을 놀라게 한 일화도 전해진다.

 

 

선배·동기 사제들과 함께 하고 있는 최광희 신부(맨 오른쪽). 앞줄 가운데는 당시 신부였던 유경촌 주교.

 


최 주교는 2023년부터 교구 문화홍보국장을 지내며 가톨릭커뮤니케이션협회 담당 사제로 활동, 언론·방송·출판 등 커뮤니케이션 관련 일을 하는 신자들과도 교류해왔다. 가톨릭커뮤니케이션협회 강무성(티모테오) 회장은 “최근 협회 주관으로 열린 제25회 가톨릭 포럼 ‘다시 쓰는 민주주의’가 늦게 끝나 장내를 정리하고 있는데, 최 주교님은 그 순간에도 앞서 질의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다 들어주며 대화하고 계셨다”고 했다. 이어 “이들과 대화하는 최 주교님을 보며 가톨릭교회는 이런 모습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잠시 후 기념촬영 때 전장연 활동가들이 어색하게 서 있자, 같이 사진을 찍자고 손을 잡아 앞자리에 세우며 세심히 챙기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털어놨다.

교구 문화홍보국 차장 박우준 신부는 “최 주교님은 문화홍보국장으로 일하면서 직원들을 기능적으로 대하지 않고, 동반자로 여기며 각자의 사정과 이야기를 늘 경청해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경청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각자 상황에 맞게 마음을 써주셨기에 많은 청년이 애정을 갖고 주교님을 많이 찾아왔다”면서 “청년들과 소통해온 주교님의 경험이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준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 주교는 인스타그램에 날마다 성화와 복음 묵상글을 올린다. 그리고 주교 임명 당일인 8일 처음 자신의 사진과 함께 주교 임명 축하식에서 발표한 소감문을 게재했다. “부족한 저를 위해 기도를 청한다”고 밝혔고, 축하 댓글이 이어졌다.

“책임과 권한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자신의 권한과 책임을 망각하기 쉬움을 생각해봅니다. 자신의 권한에는 매우 넓은 아량을 베풀고 자신의 책임에는 매우 협소한 기준을 적용하기가 쉽지요. 잘못을 인정하는 거에는 인색해지고 책임을 전가하는 것에는 지혜로워지기가 쉽지요. 다른 사람들에게 무거운 짐들을 지워놓고 자신은 그 압박에서 슬그머니 빠져나와 버리기도 쉽습니다. (···) 생명의 길, 내적인 기쁨과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축복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임을 다시금 되새깁니다. 감사의 마음으로 두 손 모아 기도를 올립니다. ‘파견된 이는 파견한 이보다 높지 않다.’(요한 13,17)” - 5월 14일 레오 14세 교황 선출 후 올린 최광희 주교의 글 중에서 -


이지혜·박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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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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