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성범죄나 N번방 사건 등이 잇따라 터지면서, 사회 전반에 성과 생명에 대한 기준이 무너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상황을 교회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고, 또 어떤 가르침을 주고 있는지 궁금해졌죠.”
수원교구 동판교본당(주임 이상용 크리소스토모 신부) 가정생명생태분과 권새봄(아녜스) 분과장은 생명에 관심을 갖고 본당에서 생명 교육을 확산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궁금증에 그치지 않고 생명 관련 교육을 찾아보던 권 씨는 지난해 ‘한국틴스타 워크숍’에 참여했다. 성, 사랑, 생명에 대한 올바른 개념을 정립하고, 건강한 관계 맺음과 책임 있는 결정을 돕는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한 권 씨는 더 많은 신자가 이런 교육을 쉽게 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주임신부에게 본당에서 워크숍을 열자고 제안했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나 교리교사뿐만 아니라, 자기 성(性)에 대한 바른 인식을 세우는 일은 나이를 불문하고 모두에게 필요한 교육이에요.”
권 씨의 제안은 결실로 이어졌다. 동판교본당은 오는 8월 23일부터 6주간 매주 토요일마다 워크숍을 열 계획이다.
권 씨는 전체 신자 5198명 중 60세 이상이 약 30를 차지하는 본당 특성과 자주 장례미사를 접하는 현실 속에서 ‘생명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깊이 하게 됐다. 그러던 중 ‘죽음’을 주제로 한 생명 교육의 필요성을 느꼈고, 교구에서 연 2회 운영하는 생명학교의 지원을 받아 6월 본당에서 생명 교육을 마련했다.
권 씨는 앞으로 본당에서 생명 관련 독서회도 열고 싶다고 밝혔다.
“교회가 생명에 대해 어떤 가르침을 전하고 있는지를 함께 읽고 나누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교황님의 회칙이나 교황청 문헌들은 혼자 읽기에는 어렵거든요. 독서회를 통해 함께 읽고 나누면 교회의 가르침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권 씨는 낙태의 현실과 생명의 가치를 정면으로 다룬 책 「언플랜드」 번역에도 참여했다. 낙태에 대해 특별한 인식을 가졌던 것도 아니지만, 단지 “교회가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고 싶었다”는 마음이 시작이었다고 했다.
그는 하느님이 주신 생명은 결국 ‘사랑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김혜숙 막시마 선교사의 「그대, 나의 얼굴」이라는 책을 통해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결심’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사랑은 하느님이 개입하셔서 맺어주신 관계이고, 혼인은 평생 사랑하기로 결심하는 것에서 출발하죠. 결국 모든 것은 사랑 이야기이고, 생명의 이야기예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평신도의 관심과 참여라고 권 씨는 강조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떤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또 어떤 견해를 가져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이 점점 줄고 있는 것 같아요. 성숙한 평신도가 되기 위해서는 교회의 교리를 잘 알아야 하고, 그러려면 교회의 가르침에 대한 교육이 꼭 필요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