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모두 뵐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함께 미사를 봉헌해 주신 신부님 그리고 봉사자 선생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지난 5월, 사별가족 돌봄 모임 ‘치유의 샘 1기’를 마치고 맞이한 후속 모임에서 한 참가자 한 분이 남겨주신 메시지입니다. 한 달 만에 다시 만난 자리였지만, 모두의 얼굴이 한결 밝아 보였습니다. 특별히 한 형제님은 그동안의 이야기를 쉴 새 없이 들려주셨습니다. 먼저 떠나보낸 아내에게 해주듯 며느리에게 집밥을 손수 차려주신 이야기, 친구들과 음식을 나누며 웃었던 이야기 등. 그동안 말씀이 적다고 생각했던 형제님께서 풀어놓으신 이야기보따리에 모두가 놀라고 기뻐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이 모임이 형제님께 새로운 안식처가 됐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실 모임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내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아직 유의미한 사별을 경험하지 않은 내가 어떻게 참가자들을 맞이하고 동반할 수 있을까?’, ‘어떤 말과 표현이 상처가 되지 않을 수 있을까?’, ‘밥 한 끼도 마음 편히 드시지 못하는 분들에게 어떤 간식이 위로가 될까?’ 봉사자들과 함께 밤낮으로 고민하며 준비했고, 모임이 끝날 때면 모두가 녹초가 될 정도로 힘을 다해 임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봉사자들의 정성 어린 마음과 참가자들의 열린 마음이 만들어낸, 위로와 용기의 열매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직 시간이 길게 흐른 것은 아니지만, 작은 바람에도 쓰러질까 노심초사하던 우리의 모임이 뿌리를 내리고, 새잎을 틔우며 한 그루 나무로 자라나고 있음을 느낍니다. 처음엔 상처받은 이들이 함께 모인 자리가 오히려 서로를 더 슬프게 만들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지금은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희망의 보금자리가 되고 있습니다.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로마 5,5)
때로는 희망이 과연 존재하는지 의심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이웃을 멀리하고 자신만을 위해 사는 것이 현명한 길처럼 보일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절망의 한가운데 모여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눈물을 닦아주는 작은 영혼들이 만들어내는 희망의 하모니를 들으면, 이것이야말로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믿음이 생깁니다.
그래서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는다는 말에 공감이 됩니다. 희망은 우리가 더 이상 어둠 속에 숨지 않도록 만들 뿐만 아니라 용기 내어 ‘함께’라는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도록 이끌기 때문입니다. 마치 우리를 참행복으로 이끄시는 하느님의 초대이자 부르심과 같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 완벽하지 않은 이들이 모여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희망의 하모니에 용기 내어 참여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글 _ 허규진 메르쿠리오 신부(수원교구 제2대리구 복음화3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