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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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하나] 믿음·희망·사랑이 만드는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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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만약 사랑하는 누군가를 떠나보낸다면, 여러분께 연락드리고 싶습니다. 와서 저와 함께해 주세요.”


사별가족 돌봄 모임 ‘치유의 샘 1기’를 마치며 제가 모두에게 드린 말입니다. 저는 아직 유의미한 사별을 경험하지 않았지만, 참가자들과 함께하면서 언젠가 맞이하게 될 상실의 고통을 이들과 나눌 수 있으리란 확신이 들었습니다. 물론 내가 겪는 고통을 누군가와 나눈다는 것이 그를 힘들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치유의 샘 1기’를 함께 하며 깨달았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다는 경험은 나를 세상에서 외롭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순간을 함께하는 누군가를 바라보게 만든다는 것을 말입니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은 분명 슬프고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그 기억과 감정을 나와 함께하는 누군가와 나누는 과정 속에서 삶의 새로운 길이 열릴 수 있는 것입니다.


사실, 모임 첫날의 기억은 여전히 생생합니다. 여러 걱정과 불안 속에 초조하게 참가자 한 분 한 분을 기다리며, 아무렇지 않은 듯 자연스럽게 맞이하려 애썼던 시간. 참가자들 역시 애써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지만, 마치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세상과 단절된 듯한 표정으로 각자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긴장감과 침묵이 공간을 무겁게 채우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서로를 향한 경계심이나 넘지 못할 울타리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처음엔 스스로를 지키려 서로를 밀어냈지만, 이제는 각자가 ‘함께’라는 울타리의 한 기둥이 되어 서로를 지켜주고 보살피는 존재가 됐습니다.


짧은 시간이 만들어낸 이 변화 속에서, 저는 희망을 봤습니다. 이웃을 향한 열린 마음이 그를 변화시키고 세상을 바꾼다는 희망입니다. 그리고 믿음이 생겼습니다. 우리는 결코 혼자 살아가지 않으며, 고통과 슬픔 속에 있을 때 반드시 내 곁에 있어 줄 누군가가 있다는 믿음입니다. 더 나아가 이 희망과 믿음은 제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사랑을 나누도록 이끌어 줍니다. 때로는 지치고 좌절하더라도, 저에게 희망과 믿음을 심어주는 존재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가오는 8월 9일부터 사별가족 돌봄 모임 ‘치유의 샘 2기’ 여정이 새롭게 시작됩니다. 여전히 걱정과 두려움이 앞서기도 합니다. 그래서 하느님께 모든 것을 의탁합니다. 모임 참가자들에게 은총을 가득히 내려주실 성부 하느님께, 우리가 모인 곳에 함께 계실 성자 하느님께, 닫힌 마음을 열어주실 성령 하느님께, 겸손한 마음으로 도움을 청합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께도 간절히 청합니다. 상실의 고통을 겪는 이들이 다시 사랑을 나누고 믿음 안에서 희망을 꿈꾸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해 주십시오.



글 _ 허규진 메르쿠리오 신부(수원교구 제2대리구 복음화3국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5-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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