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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좋은 몫을 선택하며 산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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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쯤, 저는 성당에 새로 생긴 카페에 팀장이라는 봉사직을 맡게 되면서 주님의 부르심에 따라 순명하고 성실하게 봉사하겠다고 기도드렸습니다. 그러나 카페 오픈 전 여러 가지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약간의 어려움과 두려움, 걱정들도 있었습니다.


본당 카페 운영에 대한 선례도 없었고, 저 또한 카페를 운영해 나가기에는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점들이 많이 있어 조금은 두렵고 힘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물류 준비는 물론이고 봉사자를 모집해 제조 방법을 알려주는 등 여러 일에 부딪히면서 체력은 점점 바닥을 드러냈고, 체력이 떨어지니 마음도 약해져만 갔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어느새 맡겨진 일에만 집중하느라 매일 분주하게 움직이는 기계처럼 되어갔고, 저에게 주어진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 사람으로 변해갔습니다. 또한 주님께 힘들다고 어리광을 부리며 저를 왜 이곳으로 부르셨냐고 불만을 드러내며 투덜거리기도 했습니다.


그런 날들을 보내던 중 본당에 전례초 조각 수업이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수업을 신청하여 초 조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수업에 들어갔으나 아름다운 초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처음 접해본 초 조각은 급하게 서두른다고 되는 것도 아니었고, 내 생각이 조금이라도 들어가면 여지없이 칼끝은 다른 방향으로 빗나갔습니다.


긴 시간 동안 분심 없는 마음으로 조금씩, 조금씩 천천히 깎아내리고, 성실하고 묵묵히 작업을 해 나갈 때 비로소 하나의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저의 걱정 가득했던, 힘들다고 투덜거리던 모습을 깎아내고 다듬는 시간 속에서 많은 묵상을 했습니다. 참으로 은혜로운 시간이었으며, 저를 낮아지게 하시고 겸손과 온유한 마음을 만들어가게 하셨습니다.


주님께서는 이렇게 언제나 변함없는 사랑을 베풀어주시고 항상 좋은 것을 주시고자 하는데, 저의 마음 상태에 따라 그 지극한 사랑을 밀어내고 좋은 몫을 주지 않으신 것 같다고 생각했던 저의 모습이 너무나도 부끄럽고 죄송스러웠습니다.


카페 봉사를 하면서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면서 투덜거리기만 했는데, 주님께서는 이렇게 또 다른 일들과 경험을 통하여 잠시 삐뚤어졌던 마음을 뉘우치게 하시고 회개하는 시간과 은총까지 베풀어 주셨습니다.


이런 일들을 체험하면서 저는 언제 어디서 무슨 봉사를 하든지, 저에게 맡겨진 일을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성실히 해나간다면 그것이 바로 가장 ‘좋은 몫’을 선택한 일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제 마음이 항상 주님께 향해 있으면서 주님께서 원하시고 바라시는 것이 무엇인지를 살피는 것, 주님의 일을 하면서 주변 사람들과 조화로운 삶을 살아 나가는 것이 가장 ‘좋은 몫’을 선택하며 살아가는 삶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글 _ 송정숙 로사(수원교구 제2대리구 배곧본당)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5-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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