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히로시마·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을 맞아, 한국·미국·일본교회 주교들과 교회 내 평화운동 단체들이 핵무기 폐기를 위한 연대를 다짐했다.
한미일 주교단은 8월 5일부터 6일까지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핵무기 폐기를 위한 미국·한국·일본 주교들의 자발적 협력’(The Collaboration of Volunteer Catholic Bishops from the U.S., Korea and Japan for the Abolition of Nuclear Weapons) 행사에 참석해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피폭자 단체들과 함께 ‘모든 생명을 지키기 위한 연대를 향하여’ 제목의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핵 확산 금지 조약(NPT)을 체결한 핵보유국들이 제6조에 명시된 핵 군축 협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고, 자국 안보를 명분으로 군사 동맹을 강화해 세계의 분열과 대립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제사회가 대화와 협력에 기반한 평화와 연대의 길을 세우는 일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는 모든 전쟁과 분쟁, 핵무기의 사용과 보유, 핵무기를 활용한 위협 행위를 단호히 규탄한다”며 “지구와 그 안에 살아가는 모든 생명을 위한 공동선을 추구하며, 다양한 시민·종교 단체와 연대해 핵무기의 무자비함을 지속적으로 고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행사에는 히로시마교구장 시라하마 미쓰루 주교의 초청으로,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김주영(시몬) 주교, 인천교구장 정신철(요한 세례자) 주교, 의정부교구장 손희송(베네딕토) 주교가 참가했다. 미국과 일본에서도 시카고대교구장 블레이즈 수피치 추기경, 도쿄대교구장 기쿠치 이사오 추기경 등 추기경과 주교 16명이 함께했다.
한편, 국제가톨릭평화운동 단체 ‘팍스 크리스티 코리아’(Pax Christi Korea, 상임대표 이성훈 안셀모, 이하 PCK)도 8월 4일부터 9일까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열린 원폭 희생자 추모 행사와 미사에 참여했다.
‘핵무기 없는 세상을 위한 파트너십’(Partnership for a World Without Nuclear Weapons, PWNW)이 주관한 행사에는 ‘국제 팍스 크리스티 운동’(Pax Christ International, 이하 PCI), 팍스 로마나 가톨릭대학생국제운동(IMCS), 국제청년훈련센터(IYTC) 등도 함께했다.
참여 단체들은 8월 5일과 6일 히로시마 세계평화기념성당에서 시라하마 미쓰루 주교 주례로 당시 원폭 투하 시간대에 맞춰 80주기 추모 미사를 봉헌했다. 미사는 PCK 공동대표 강우일(베드로) 주교와 김주영 주교, 정신철 주교, 손희송 주교, 미국과 일본교회 주교들이 공동집전했다. 5일 미사에서는 주일 교황대사 프란시스코 에스칼란테 몰리나 대주교가 레오 14세 교황의 원폭 80주기 특별 메시지를 대독했다.
강우일 주교와 PCI 줄리아 보르딘 간사는 미사 중 핵 없는 평화로운 아시아·태평양을 위한 선언문 ‘80년이면 충분하다’(80 Years is enough)도 발표했다. 선언문에서 단체들은 각국 정부, 특히 핵무장 국가들에게 핵금지조약(TPNW) 등 관련 조약의 비준과 철저한 이행을 촉구했다. 또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올해 ‘세계 평화의 날’ 담화에서 강조한 내용을 인용하며, 군비 지출을 공동 안보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투자로 전환할 것도 함께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