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서울 용산의 허름한 재개발지구. 박경진(가명, 58)씨가 골목길에 나와 있었다. 집이 너무 더워 밖이 오히려 시원하다며 연신 부채질을 했다.
박씨는 고3 딸과 정신과 치료를 받는 아들, 일용직 남편과 함께 살고 있다. 박씨 가족은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근근이 살아왔다. 상황이 나빠진 건 박씨가 일하다 쓰러지고, 남편도 보일러 시공일을 하다 떨어져 다치면서다. 박씨는 선천성 심장비대에 호흡기 알레르기로 숨이 자주 차서 장시간 일하기 어렵다. 40대 때까지는 약을 먹으면서 버텼지만 50대가 되면서 상태가 나빠졌다.
급기야 지난해 청소일을 하다 쓰러졌고, 급히 병원에서 치료받았다. 형편상 일을 당장 관두지 못한 게 더 독이 됐다. 어느 날 일을 마치고 돌아오다 길에서 쓰러졌고, 다행히 행인이 발견해 기적처럼 목숨을 건졌지만 더 일하는 건 무리였다.
남편에게도 문제가 생겼다. 보일러 시공일을 나간 남편이 2층에서 떨어져 허리와 다리를 다쳐 장기간 입원과 통원치료를 받아야 했다. 이후 모든 수입이 끊겼다.
박씨는 병원에서 뇌혈관 4곳에 이상이 생겼다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다. 급한 대로 수술을 받았지만 병원비가 걱정돼 의사의 만류에도 하루 만에 퇴원했다. 하지만 집에서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그는 피가 한 번 나면 잘 멈추지 않는 특이 체질이다. 어디 조금이라도 부딪치면 시퍼렇게 멍이 들어, 상처 하나 나지 않도록 항상 조심해야 한다. 여전히 뇌 관련 MRI 등 검사를 지속해야 하고, 문제가 생기면 바로 수술해야 한다.
박씨는 한글을 제대로 읽고 쓰지 못한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어릴 때부터 학교 대신 봉제공장에서 일하느라 한글을 배울 기회를 놓쳤다. 평생 많은 불이익을 견뎌야 했고, 지금은 혼자 병원에 갈 수도 없어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높은 전세금을 내고 지금 집에 살고 있지만,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태다. 박씨 가족이 사는 집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소유라 당장 나가야 할 상황은 아니지만, 계획 중인 재개발 사업이 추진되면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하다. 현재 월 수입은 기초수급비 90만 원이 전부다.
신자는 아니지만, 박씨의 꿈은 병이 나아 성당에 가보는 것이다. “병원비가 가장 걱정이에요. 나라에서 의료급여를 주고 있지만, 추가로 돈을 내야 하는 항목이 많아 부담이 큽니다. 다른 하나는 한글을 완전히 깨치는 것이에요. 몸이 나으면 성당에 가보고 싶지만 가지 못하는 이유 또한 글 때문이기도 해요. 성당에 가면 미사도 하고 기도문도 외우고 성경도 읽어야 한다고 들었어요. 꿈이 이뤄지길 바라면서 저만의 기도를 바쳐야죠.”
이상도 선임기자 raelly1@cpbc.co.kr
모세준(스테파노) / 서울대교구 한강성당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
“박씨는 건강상태가 좋지 않고, 한글을 읽고 쓰지 못해 일을 구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면서도 사고를 당한 남편과 힘들게 생활하는 자녀들을 사랑으로 돌보고 있습니다. 이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독자들의 많은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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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진씨에게 도움을 주실 독자는 17일부터 23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503)에게 문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