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을 맞아 할머니들의 용기 있는 증언이 왜곡되지 않고 올바르게 전해지게 하시며, 일본 정부와 책임 있는 이들이 진실을 인정하게 하소서, 또한 역사의 기록에 진실이 남아, 우리가 다음 세대에 올바르게 전하는 증인이 되게 하소서.”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인 8월 14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피해자 할머니들의 용기가 진실로서 기억되길 바라는 외침이 울려 퍼졌다.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와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천주교 전국행동은 제13차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미사를 봉헌하고, 참례자들과 함께 기도했다. 이날 미사는 김지훈(토마스 아퀴나스·인천교구 정의평화위원장) 신부 주례로 전국 각 교구 사제 16명이 공동 집전했다.
김 신부는 강론에서 “우리는 모두 성령 안에서 태어나고 살아가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채, 생명을 소유물처럼 여기며 남의 생명을 함부로 짓밟기도 한다”며 “이러한 세상에서 성모 승천 대축일은 인간 존엄성을 무시해서는 안 되고, 하늘에 오를 수 있는 운명이 하느님 안에 있다는 사실을 전하는 가르침”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35년간 우리 민족과 인류에 악행을 저지른 일제가 항복을 선언한 날이 바로 8월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이라며 “고통과 침묵의 시간을 인내와 겸손으로 이겨내신 우리 할머니들의 비천함을 하느님께서 보시고 당신 팔로 권능을 떨치신다는 희망을 품고, 그 기쁨을 성모님과 함께 노래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미사 중 열린 기림일 행사에서 참자들은 기림 발언과 몸 기도, 기림 공연 등으로 할머니들의 용기를 기념했다. 정의기억연대 전 이사장 윤미향 씨는 기림 발언에서 “광복 80주년을 맞았지만, 할머니들은 여전히 일본 정부에 사죄를 받지 못한 상황”이라며 “일본 정부에 사죄와 피해 배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함께 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미사를 드리는 동안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전쟁 성폭력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기도했다”며 “할머니들이 보여준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억하며 계속해서 연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기림일은 1991년 8월 14일 일본군 성노예 피해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 증언한 고(故) 김학순 할머니의 용기를 기념하기 위해 2012년 대만에서 열린 제11차 아시아연대회의에서 지정됐다. 2017년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면서 국가 기념일로 지내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15년 12월 28일 이뤄진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대한민국과 일본 정부의 정치적 합의’를 근거로 위안부 문제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고 주장하며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의 진심 어린 사죄와 배상이 이뤄지지 않은 현재 대한민국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40명 중 생존자는 6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