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직장사목팀 소방사목(담당 강혁준 아우구스티노 신부, 이하 소방사목) 산하 ‘큰사랑봉사회’는 8월 23일 서울 성북구 공백공유에서 소방공무원을 위한 ‘치유와 나눔의 시간 생명사랑 피정’을 열었다.
“전능하신 분께서 나에게 큰일을 하셨기 때문입니다”(루카 1,49) 주제로 열린 피정에서 소방공무원과 봉사자들은 ‘예술치유 워크숍’을 통해 자신의 삶 속에 함께하신 하느님의 손길을 되새기며 감사와 치유의 은총을 경험했다.
예술치유 워크숍은 지난달 마련한 PTSD 예방 프로그램 ‘해피아트테라피’의 연장선에서 마련됐다. 참가자들은 시 쓰기와 천 스트레칭을 통해 몸과 마음을 이완했다. 또 소방관들의 활동사진 전시와 함께, 사진과 성경 구절을 토대로 제작된 AI 음악을 QR코드로 감상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처음 선보였다.
소방공무원들은 특수한 근무 환경으로 늘 신체적·정신적 긴장에 시달린다. 소방청 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PTSD 증상자는 4300여 명, 우울증 환자는 3900여 명에 이른다. 최근에는 이태원 참사 현장에 투입됐던 한 소방관이 트라우마로 극단적 선택을 해 사회에 충격을 줬다.
피정에 참여한 한 소방관은 “트라우마를 겪는 동료들이 많지만, 남성 위주의 조직 문화 탓에 이를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힘들다고 말하는 순간 ‘약하다’는 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 때문에 어려움을 숨기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개인적 취미활동 또는 음주 등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경우가 많지만, 전문 상담을 받는 일은 드물다고 설명했다.
이런 현실에서 미사와 예술 치유 활동을 결합한 피정은 소방공무원들이 어려운 고민을 나누고 동료들과 심리적 유대를 다지는 기회이자 심적 아픔을 위로하는 쉼터 역할을 하고 있다. 소방사목은 서울 내 28개 소방기관을 찾아 모든 소방공무원이 해피아트테라피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전 서울소방재난본부장 황기석(안젤로) 씨는 “PTSD는 치료되지 않은 채 현장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 악화되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리와 치료가 중요하다”며 “피정을 겸한 프로그램에 더욱 많은 소방관이 참여해 PTSD 예방과 치유에 도움을 받길 바란다”고 전했다.
강혁준 신부는 “예수님께서 목마른 이에게 먼저 물을 나눠주셨듯이, 소방공무원들에게 이웃이 되어주고 그들의 PTSD 예방을 위해 함께하며 하느님께 이끌고자 한다”고 전했다.